발기부전치료제들의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 복용의 편리성과 약효의 신속성을 내세운 토종 신약의 잇단 등장에 이어 내년엔 값이 7∼10분의 1 수준으로 기존 제품보다 훨씬 싼 새 발기부전치료제들까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로 불려온 비아그라(화이자)의 물질 특허가 내년 5월 만료됨에 따라 제네릭(복제약) 출시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릴리), 자이데나(동아제약) 등 기존 3강 구도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SK케미칼은 12일 세계 최초의 필름형 미로데나필(Mirodenafil) 성분의 새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S 50㎎’(왼쪽 사진)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엠빅스S는 종전 알약 모양의 엠빅스 제형을 개선, 필요할 때 간편하게 입안에 넣어 녹여 먹을 수 있게 한 필름형 구강용해제(ODF)로 디자인돼 있다. 지갑 속에 넣어 보관할 수 있을 만큼 얇고 가벼워 휴대와 복용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구강용해제란 입안에 머금어 물 없이 침만으로 녹여서 복용할 수 있는 약을 말한다. 값은 1매당 5000원. 기존 치료제의 2∼3분의 1 수준이다.
앞서 JW중외제약은 지난 10월 기존 제품의 전형적 부작용인 두통과 안면홍조 증상을 현저히 개선하고, 약효 발현 시간도 최소 15∼45분이나 앞당긴 아바나필 성분의 ‘제피드’(오른쪽 사진)를 출시했다. 이 약은 JW중외제약이 2006년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 타나베로부터 사들인 신물질을 국내 임상시험을 거쳐 산업화한 것으로, 신속한 약효와 함께 부작용이 적은 ‘프리미엄 발기부전치료제’임을 내세운다.
JW중외제약은 “실제 국내 14개 종합병원에서 발기부전 환자 2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국내 시판 약 중 약효 발현 속도가 가장 이른 15∼30분 만에 발기 효과를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발기부전치료제의 부작용인 두통과 안면홍조 증상도 기존 제품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또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선 복용 환자의 83%가 6시간 이후에도 발기를 나타내는 등 지속 시간도 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복용 후 36시간 지속되는 시알리스 다음으로 약효 유지기간이 긴 것이다. 값은 100㎎ 1만2000원, 200㎎ 1만6000원이다.
JW중외제약은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어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보이지 않는 니즈(Needs)를 찾아내고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의 신약개발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비아그라 주성분인 실데나필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내년 5월 이후엔 제피드나 엠빅스S처럼 차별화된 제품력과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약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현재 ‘비아그라’ 복제약에 대한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시험 계획서를 제출한 국내 제약사가 22곳에 달한다고 밝혔다.<별표 참조>
한미약품, 유한양행, 부광약품, 동화약품 등이 실데나필(비아그라)제제 제네릭 개발에 나섰고,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산도스도 여기에 가세했다. 이들 중 일부 제약사는 한 알당 2000원대에 출시한다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일성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사용하기 간편한 약이 속속 등장하는데다 값싼 복제약까지 많이 출시되면 발기부전 환자들의 선택 폭이 그만큼 넓어져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가격 확↓… 발기부전치료제 경쟁 ‘후끈’
입력 2011-12-12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