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자녀들 고국서 일냈다… 태국 치앙마이 한글학교, 전국어린이연극경연 특별상 수상
입력 2011-12-12 20:39
“하나님, 용서해주세요. 저 때문에 연극을 망쳤어요. 하지만 빈방이 있는데 어떻게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겠어요?”(연극 ‘빈방 있습니까’에서 덕구의 대사 중)
태국 선교사 자녀(MK·Missionary Kids)와 현지 언어유학 중인 어린이들이 11일 ‘빈방 있습니까’로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한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 특별상을 받았다. 태국 치앙마이 한글학교에 소속된 9명의 어린이들은 국내 초등학교 12개 팀과 겨뤄 값진 결실을 맺었다.
이들 어린이 중 절반은 MK이며, 나머지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태국으로 건너간 유학생이다. 기우석(13)군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2007년 태국에 갔는데 한국에 있을 땐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며 “MK를 위한 국제학교에 다니고 교회에서 운영 중인 한글학교와 오케스트라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로마 병정역할을 맡았던 전아모스(12)군은 “중국에서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태국에 들어왔는데 영어만 하다가 한국말 대사를 하려니 쉽지 않았다”면서 “매일 저녁 1시간씩 모여 연습했다”고 소개했다.
연출을 맡은 유은숙(44·여) 집사는 “아이 영어교육 때문에 태국으로 건너갔는데 교회에 다니게 됐고 선교사님의 권유에 따라 대학시절 전공한 연극영화학을 살려 아이들을 5개월간 지도했다”면서 “이번 대회 참여가 어린이들에게 평생의 추억이자 축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어린이들은 지난 6일 입국 후 3개 교회를 돌며 태국 홍수피해 지역 돕기 자선공연도 펼쳤다.
3500㎞나 떨어진 이국땅에서 어린이들이 한국으로 날아온 것은 ‘마약이 흐르는 메콩강에 복음의 계절을’이라는 표어 아래 20년째 선교활동을 펼치는 정도연(51) 선교사의 역할이 컸다. 예장 합동 총회 세계선교회(GMS)에 소속된 정 선교사는 1990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소수민족 사역을 시작했으며, 현재 선교센터, 한글학교, 고아원, 태권도장, 음악학교, 보석 공장, 미용실 운영 등 다양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정 선교사는 “태국은 한국보다 앞서 선교사의 손길이 닿은 곳이지만 안타깝게도 자립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 ‘빵이 복음을 삼켜버렸다’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올 만큼 열악한 상황이다”면서 “한국교회도 일방적 후원을 지양하고 현지문화를 존중하며 자립의지를 키워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교회는 선교현지 문화와 언어에 능통한 MK를 활용해 양질의 교육·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