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파-친박계 ‘비대위 권한’ 싸고 파열음 요란

입력 2011-12-12 21:58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판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당은 12일 의원총회를 통해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비대위의 권한과 활동시한 등은 쟁점으로 남았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게 공천권을 포함한 전권을 부여해 내년 총선까지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반면, 쇄신파와 당내 대권주자들은 재창당을 통해 총선을 치러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쇄신파, “박근혜, 재창당 앞장서야”=쇄신파와 일부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비대위를 인정하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이계 조해진 의원은 의총 발언을 통해 “비대위에 전권을 주는 건 불가능하다. 조속히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고 비대위는 순수하게 전당대회를 위한 활동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도 “(박 전 대표 중심의) 비대위를 인정하지만 재창당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내 쇄신파 의원들 입장은 더욱 강경했다. 정태근 의원은 “최선은 당을 해체해 신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도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놔야 국민들이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에 전권을 넘겨야 한다는 친박계를 겨냥한 비판도 제기됐다. 권영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들어서니까 당을 접수하고 총선까지 활동하려는 의원들이 있나 본데, 그런 분들은 충신이 아니라 간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 의원은 또 “재창당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새 당에 올 필요는 없다”고 밝혀 사실상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반면 김성식 의원은 재창당 의견에는 동조했지만, “쇄신의 전권을 박 전 대표 중심의 비대위에 주자”고 주장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발언의원 33명 가운데 21명(64%)이나 재창당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총에 앞서 쇄신파 의원 11명은 오전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를 전면에 내세웠다. 회동에 참석한 정두언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지금 박 전 대표 주변에서 재창당 같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현상유지를 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박계, “박근혜에게 전권 줘야”=친박계 의원들은 비대위에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학송 의원은 의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은 위험하다. 어제 아수라장이 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지 않았느냐”면서 비대위가 총선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종혁 의원도 “박 전 대표에게 총선·대선을 위한 쇄신 로드맵을 만들라고 하면서 꼬리표를 붙여야 되겠느냐”며 “위기에서 잔 칼질을 해서는 안 되며 자칫하면 모두 죽는다”고 반발했다.

구원투수론도 등장했다. 윤영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야구의 7회말 6대 0으로 뒤지는 상황에서 등판한 마지막 구원투수”라며 “감독이 할 수 있는 주문은 ‘네 마음껏 해봐라’는 말밖에 없다. 마지막 투수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고 동조했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한 방 맞을 각오로 조기 등판을 하는 것인데, ‘언제까지 하라, 뭐를 하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가세했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쇄신파가 홍준표 전 대표를 끌어내릴 때는 박 전 대표가 나와 모든 권한을 가져가라고 하더니 이제는 입장을 바꿔 당 해산 작업만 맡으라 한다”면서 “당 해산 작업은 박 전 대표가 아닌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맡겨도 충분하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논란 끝에 ‘비대위 구성·박근혜 등판’은 합의=한나라당은 이날 5시간15분 동안 계속된 의총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박 전 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최고위원회 권한과 역할을 위임키로 합의했다. 또 이르면 19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비대위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하다. 비대위가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추진할지 여부를 명문화할지를 놓고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13일에도 의총을 열어 이 문제를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