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새해 개미들에게 바란다

입력 2011-12-12 18:17


올해 주식시장은 유난히 변동성이 컸다.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의 애간장을 태웠다. 올 첫 개장일인 지난 1월 3일 코스피지수는 2070.08로 사뿐하게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이 훨씬 많았다.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이 단기적으로는 악재였지만 일본 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했다. 이후 국내 기업들의 약진을 바탕으로 코스피지수는 지난 5월 2일 2228.96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8월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코스피지수는 9월 26일 1652.71까지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정상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최고가에 주식을 사서 최저가에 팔았다면 불과 4개월여 만에 25.9%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다.

몰빵은 무조건 자제하고

주식 투자는 이익을 낼 때와 손실을 볼 때의 ‘셈법’이 다르다. 예를 들면 100원짜리 주가가 50원으로 떨어지면 수익률이 -50%가 된다. 하지만 50원으로 떨어진 주가가 100원까지 오르려면 수익률이 +100%가 돼야 한다. 원금은 순식간에 까먹지만, 원금을 만회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 물타기를 하면 주가의 평균 매입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물타기 이후에 주가가 떨어지면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는 대체로 노름과 생리가 같아서 9차례를 먹어도 단 한 번 삐끗하면 원금과 수익금을 날린다.

사정이 이런데도 낙관적으로 투자를 하는 개미들이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개미(주식투자 인구)는 479만명에 달한다. 이는 총 인구의 9.8%, 경제활동인구의 19.5%에 해당한다. 평균 연령은 47.0세, 1인당 평균 주식투자금액은 6300만원이다. 거의 절반이 은퇴자금도 턱없이 부족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 속한다.

우량주 장기투자로 승부해야

증권방송을 통해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개미들 중에는 주식 투자의 기본도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기술적 분석도 모르고, 몰빵(집중 투자)하기 일쑤고, 주변의 권유로 무작정 주식을 사고….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투자하면 결과는 백전백패일 뿐이다. 한두 번 수익을 낼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투자하면 깡통계좌가 될 수밖에 없다.

1970∼80년대에 고교생들은 성문종합영어(전 정통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 시리즈를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 한두 번 정독한 것이 아니라 책이 닳도록 본 것이다. 개미들도 수험생처럼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주가 향방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만큼 변동성이 크다. 이 때문에 개미들은 주식 투자와 관련한 ‘수칙’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고, 항상 일정한 현금을 보유하라’는 것은 몰빵을 경계한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수칙이다. ‘정부 정책에 반하지 말고, 시장 흐름에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인 테마주도 경계해야 한다. 특별한 호재 없이 급등하는 종목은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어렵겠지만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지 말고 ‘저위험 저수익’의 투자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세계적 투자자 존 템플턴(1912∼2008)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 기업의 주식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많은 수익을 챙겼다. 근검절약, 조직과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몸에 밴 일본인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개미들이 내년에는 템플턴의 투자기법을 실천해 짭짤한 수익을 내기를 기대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