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을 베풂으로…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 할머니 전 재산 기부

입력 2011-12-12 21:00


꽃다운 십대 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던 할머니가 전 재산을 어린 학생을 위한 장학사업에 기부키로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87·사진) 할머니는 최근 남아 있는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황 할머니는 12일 “은행 예금과 임차 보증금을 포함해 내 재산 모두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1924년 함경도에서 태어난 황 할머니는 13세 때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함북 흥남의 한 유리공장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3년 뒤 간도 지방에서 광복 때까지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황 할머니는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고아를 양녀로 들여 키웠지만 아이는 10세 때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이후 평생을 혼자 살았다.

황 할머니의 ‘따뜻한 기부’는 2006년부터 시작됐다. 2006년 봄 황 할머니는 평소 아들처럼 자신을 보살펴 주던 김정환(46) 서울 강서구 자원봉사팀장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강서구 장학회를 소개했고, 할머니의 기부가 시작됐다. 김 팀장은 “자식이 없었던 할머니에게 어려운 학생은 각별한 존재였다”며 “할머니는 기부할 때마다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황 할머니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4000만원과 3000만원씩 3차례 1억원을 장학회에 기부했다. 정부는 황 할머니의 선행을 기리고자 지난 7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이번에 기부를 약정한 금액도 3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촌3동의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황 할머니는 아끼고 또 아껴 기부금을 모았다. 식사는 인근 복지관에서 해결했고, 겨울에도 차가운 방에서 생활하며 난방비를 아꼈다. 이렇게 모은 돈과 매월 국가에서 받는 노령연금·기초생활수급비·위원부피해자지원금 등 185만원의 지원금 대부분이 장학금으로 쓰였다.

황 할머니는 노환으로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태이며 집에서 간병인의 간호를 받고 있다.

한편 중국에 거주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서운 할머니가 지난 4일 향년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박 할머니의 별세로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64명으로 줄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