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0만원 안내면서 1000억 미술관 사들여… 지방세 고액 상습 체납자 황당한 사례들
입력 2011-12-12 18:25
현재 예술계의 큰손으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황모(62)씨는 2005년 광주에서 서울 서초구로 주민등록을 옮긴 뒤 주소와 연락처를 수시로 바꾸는 방법으로 광주시 체납관리팀의 추적을 피하고 있다.
광주지역 예식업계와 건축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황씨가 체납한 금액은 주민세와 취득세, 종합소득세, 지역개발세 등 7300여만원. 그러나 황씨는 밀린 세금을 내지 않고 도망다니면서도 전시 중인 작품의 감정가격이 1000억원대인 국내 최대의 개인미술관을 인수했다. 황씨는 2009년 이 미술관을 소유한 재단의 후원회장이라는 감투를 달고 한 경제지와 인터뷰를 해 황씨를 추적하던 공무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울산에서 건설업을 하는 최모(43)씨는 9억여원의 세금이 부과되자 회사를 폐업했다. 그는 2005년 중구 유곡동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하면서 취득세를 축소 신고했다가 2008년 5월 세무조사에서 덜미가 잡혀 그해 세금이 부과됐었다. 그동안 울산시와 중구가 공매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고작 600만원. 최씨의 체납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11억220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서울시 개인 최고액 체납자인 이모(50)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씨의 체납액은 2001∼2004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39억9800만원.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등록 말소 이전의 이씨 주소지는 성북동으로 나와 있지만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 최고액 체납자인 주수도씨가 대표로 등록된 제이유개발이 95억800만원을 체납해 2009년 이후 3년 연속 서울의 최고액 체납법인으로 꼽혔다.
이처럼 지방세를 3000만원 이상 체납한 고액·상습 체납자 1만1822명의 명단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는 12일 관보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의 이름과 나이, 직업, 주소 등을 공개했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은 모두 1조5318억원. 지역별로는 서울이 개인과 법인을 합쳐 4815건, 757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3669건(3766억원), 대구 454건(689억원), 부산 504건(628억원) 등의 순이다.
황일송 기자, 광주·울산=장선욱 조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