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민원인? 혼자서 4106건 제기… 어처구니 없는 고질민원

입력 2011-12-12 11:14

민원인 A씨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났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지난 5년간 총 4106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올해에도 지난 9월까지 제기한 민원이 2836건이다. 동일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하루 9.5건씩 제출한 셈이다. B씨는 민원 상담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하며 담당 공무원 2명을 폭행했다. 폭행당한 공무원들은 코가 부러지고 눈 주위 뼈가 함몰됐다.

12일 열린 ‘고질민원에 대한 공공부문 대응전략 심포지엄’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고질민원 사례들이다. 이 밖에 담당 관청을 찾아다니며 15년 동안 주기적으로 피켓 시위를 벌인 민원인, 5년간 담당 공무원을 연속 고발한 사람, 영주권을 받아 외국에 거주하면서도 7년 동안 인터넷으로 42건의 민원을 제기한 사람도 있었다.

권익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질민원 제기자 28명이 최근 5년간 총 5734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올해의 경우 9월까지 제기된 고충민원 2만2767건 중 이들이 제기한 민원만 3374건에 이른다. 전체 민원의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고질민원 30건이 지속되는 기간을 분석한 결과 5년 이상인 경우가 43%나 됐다. 10년 이상 민원을 지속하는 경우도 7%였다. 실제로 권익위가 9년 동안 한 사람이 똑같은 내용으로 111건을 제기한 고질민원을 분석해봤더니 이 민원을 처리하는 데 투입된 시간이 3321일이나 됐으며 공무원 인건비로만 4억74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고질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력과 예산이 과도하게 낭비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고질민원만 따로 관리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