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블라디미르 푸틴
입력 2011-12-12 18:0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세 명 있다. 부인 류드밀라와 큰딸 마리야, 작은딸 예카테리나가 그들이다. 푸틴이 자서전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작은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한다. 작은딸의 애칭은 카탸. 1986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푸틴이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책임자로 동독에서 근무하던 시기다.
작은딸은 애지중지했으나 동독에서의 부부관계는 좋지 않았던 듯하다. 옛 서독의 연방정보국을 인용해 ‘푸틴이 1990년 동독을 떠날 때까지 상습적으로 아내를 때리고 외도했다’는 기사가 지난달 영국 일간지에 실렸다. 러시아 총리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발끈했다. 하지만 푸틴 부인의 통역원으로 잠입한 서독의 여자 스파이가 부인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니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카탸는 지난해 10월 ‘한국 남성 윤모씨와 결혼한다’는 보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 기사로 카탸는 주요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999년 모스크바 국제학교 무도회에서 둘이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왔다는 것이 알려질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으나 러시아 총리실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 이후 윤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숨어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신분이 노출돼 러시아의 절대 권력자 푸틴을 질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 가능성 때문이란다.
푸틴은 대통령 재임 시절 경제위기를 극복해 한때 80%의 지지율을 보였으나 지금은 내리막길이다. 여기에는 그가 러시아 헌법의 대통령 3선 제한 규정을 우회해 내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기로 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권력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장기 집권을 꾀하고 있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푸틴이 속해 있는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지난 4일 치러진 총선에서 부정을 저질러 60여개 도시에서 10일 대규모 규탄시위가 벌어졌다. “푸틴 없는 러시아를 원한다”는 구호도 나왔다. 시위대는 24일 다시 집회를 갖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각에선 ‘아랍의 봄’처럼 ‘러시아의 봄’이 올 것으로 전망한다.
푸틴의 위기다. 러시아인들의 민주화 욕구는 커지고 있다. 푸틴이 다시 대통령이 될 요량이라면 러시아인들의 변화보다 더 빠르게 변해야 할 것 같다. 그러지 못하면 ‘푸틴 OUT’ 구호는 더 강해질 것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