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배금자] 법관에게 표현의 자유가 없는 이유

입력 2011-12-12 18:02


“사법부의 독립과 고결성, 신뢰 보호라는 더 큰 목적 위해 제한이 불가피하다”

최근 우리나라 법관들이 민감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에 관하여 SNS를 통해 개인 의견을 활발하게, 때로는 극한 표현을 사용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물론 법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상의 기본권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그러나 법관은 공무원으로서,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 대법원규칙(법관윤리강령)에서 정한 한도 내에서 표현의 자유는 제한된다.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의무가 있고(헌법), 정당에 가입하거나 선거에서 특정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 내지 반대를 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국가공무원법). 무엇보다도 법관은 법관의 행동과 표현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규범으로서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해야 한다.

법관윤리강령의 해당 조항은 다음과 같다. “법관은 공평무사하고 청렴하여야 하며,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아니하며, 혈연 지연 학연 성별 종교 경제적 능력 또는 사회적 지위 등을 이유로 편견을 가지거나 차별을 하지 아니한다… 법관은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한다. 법관은 타인의 법적 분쟁에 관여하지 아니하며, 다른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 법관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정성을 의심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적 조언을 하거나 변호사 등 법조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다.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표현의 자유가 최고로 보장되는 미국에서조차 법관의 표현의 자유는 엄격히 제한된다. 유명한 미연방 7순회 항소심 법원의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1999년 발간한 저서에서 클린턴 대통령에 대하여 “광범위한 형사범죄를 저질렀다”고 표현하였는데,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영향력 있는 판사가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법관윤리위반이라고 지적되었다.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사건을 담당한 펜 필드 잭슨 판사도 진행 중인 사건에 관하여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한 인터뷰를 한 것이 문제되어 윤리위반으로 인정되었다.

미국에서도 SNS를 사용한 법관의 의견표명이 늘어나면서 관련 규정이 마련되고 있다. 오하이오주 법관윤리위원회의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다. “SNS를 이용한 정보, 사진, 논평의 경우에도 반드시 위엄을 유지하여야 하고, 사법부의 독립이나 신뢰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언어를 삼가야 하며, 법원에 계류 중이거나 임박한 사안에 대한 논평을 삼가고, 사건 당사자나 증인의 사이트 게시물을 보아서는 안 되며, 담당하는 사건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SNS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SNS를 통하여 법률조언을 해서는 안 되며, 변호사와의 SNS를 통한 관계가 다른 변호사에 대한 편견을 초래할 경우 재판에서 물러나야 한다”.

캘리포니아주 법관윤리위원회는, 법관이 SNS 회원이 되는 것이나 변호사를 친구로 설정한 그 자체는 윤리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관이 SNS 회원이 되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재판외 활동이 되므로 “법관의 재판외 활동이 불공정성에 의심을 초래하거나 위신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유의해야 한다. SNS를 통한 법관의 논평은 어떤 경우에도 공적인 코멘트로 취급하며 계류 중이거나 임박한 사건에 대해서 SNS를 통한 논평은 금지된다… 법관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변호사는 SNS의 친구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

영국과 호주 등 영연방 국가는 사법중립성의 원칙이 오래전부터 정착되어 있어 법관의 표현의 자유는 아주 제한받고 있다. 법관은 말이나 글에서 어떠한 편견을 드러내서도 안 되고 공정성을 의심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특정사안에 대하여 정치적 논쟁을 피하여야 하며, 소송으로 비화할 사안에 대한 공개적 의견 표명을 삼가야 한다.

법관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사법부의 고결성, 신뢰보호, 사법부 독립을 수호라는 더 큰 공익을 위한 것이다.

배금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