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車에 ‘한국 혼’ 불어넣는 디자이너 김진원씨

입력 2011-12-11 21:35


“한국 문화를 도요타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어 기쁩니다.”

김진원(미국명 진 김·34·사진) 도요타 북미지역 캘티(Calty) 디자인리서치 수석 디자이너는 도요타 차에 한국인의 혼을 불어넣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1989년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여전히 집에서 한국말로 가족과 대화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즐거움을 찾는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도요타 미국 판매법인(TMS) 본사에서 만난 그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다 보니 차를 디자인할 때 무의식 중에 한국 문화가 묻어나오는 것 같다”면서 “한국인이라는 데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캘티에는 나 외에 10명가량의 한국인 디자이너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온 디자이너들이 있다”면서 “다문화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창의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게 도요타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1973년 설립된 캘티 디자인리서치는 북미지역을 겨냥한 차량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김씨는 FJ크루저, 렉서스 LF-C, 사이언 t2B, FT-S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최근 도쿄 모터쇼에서 선보인 ‘Fun-vii’ 콘셉트카 프로젝트도 그의 작품이다.

이중 FJ크루저는 그가 콘셉트카로 선보인 지 2년 만인 2006년 양산이 결정되면서 김씨는 도요타를 이끌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신형 캠리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신형 캠리는 젊은 층을 겨냥해 디자인이 강화됐고 세련미와 모던함 등이 더해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한국 차 중 특히 기아차의 디자인이 심플해 선호한다. 특히 스포티지, K7 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아차 레이가 디자인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슷하다고 모두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레이처럼 가장 작은 크기에서 최대한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 레이의 경우 표절이 아니라 패키지를 효율적으로 하다 보니 비슷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