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韓·中 언론인이 본 수교 20년

입력 2011-12-11 19:06

“수교 당시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한국과 중국 언론이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지난 7일 베이징 시내 한 호텔에서는 ‘한·중 관계와 언론’을 주제로 양국 언론인 좌담회가 열렸다. 두 나라 언론이 수교 이후 20년 동안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였다. 좌담회에는 국민일보를 포함한 베이징특파원과 중국 언론인 등 10명이 참석했다. 방청석에서는 양국 언론인 등 100여명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고대의 문명대국, 아편전쟁 이후 만신창이, 6·25전쟁 때 적국, 문화혁명 시기 고립된 나라, 개혁개방 뒤 굴기하는 중국.” 한국인이 중국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기 때문에 한국 언론 보도에도 자연스럽게 복합적인 내용이 반영된다는 의견에는 중국 기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언론은 여론을 선도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언론이 자의적으로 여론을 끌고 갈 수 없다.” 이러한 지적에 토론 참석자들과 방청객들은 새삼 양국 언론의 차이를 생각해보는 표정이었다.

황융(黃泳) 신화통신 국제부 부주임은 “한국 언론이 서양 매체의 보도 경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 측 토론 참석자는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너는 미국편, 너는 북한편”이라는 시각을 앞세워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의 판젠 부총편집(편집부국장)은 “인민일보에서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상대방을 자극하는 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자들 간 서로 교류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이 중국 언론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왜 우리와 같은 시각에서 보지 않는가 하고”(법제일보 쉬즈젠(徐志堅) 부주임)라는 견해도 있었고 “중국 측 취재 제한 때문에 제대로 보도를 할 수가 없다”는 한국 측 참석자의 불만도 제기됐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이날 좌담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언론이 양국 관계의 우호적 발전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토론 참석자와 방청객들은 좌담회 뒤 함께 만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됐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