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지점·공중전화부스 ATM·이통사 대리점서 카드발급… 금융권 ‘스마트 점포’ 대변신 중

입력 2011-12-11 18:43


은행이 아닌 통신사 대리점에서 카드를 발급받고 공중전화부스에서 송금을 할 수 있다. 고객 스스로 은행상품을 찾아 개설하는 ‘DIY(Do It Yourself)’ 금융거래도 가능하다. 은행 직원들이 순번대로 업무를 처리하던 옛 점포는 점차 사라지고, 첨단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점포(스마트 브랜치)’가 등장한다.

금융권 영업행태에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KT플라자 내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브랜치’를 운영할 계획이다. 스마트 브랜치란 전통적인 금융거래 시스템에 IT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점포다.

금융업계는 스마트 브랜치를 늘리는 저비용·고효율 마케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KT플라자에 방문한 고객은 번거로운 서류작성을 스마트기기로 대신할 수 있다. 차세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화상상담도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통신과 결합한 금융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공중전화부스에 ATM을 설치한 ‘길거리 점포’를 내년에 1000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갑자기 금융거래를 해야 할 때 길거리 곳곳에 설치된 공중전화부스만 찾으면 된다.

외환은행도 내년부터 SK텔레콤 주요 대리점에 차세대 ATM을 설치해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의 스마트 브랜치를 연다. 고객은 SK텔레콤 대리점에서 현금 입출금 외에 여·수신이나 카드발급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얼굴과 홍채·음성·지문인식 등으로 본인인증을 하고 상담 내역을 녹화해 고객과 대면접촉 없이도 안전하게 금융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씨티은행은 이미 지점 20여곳을 첨단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뱅킹 영업점으로 운영 중이다. 전자태그(RFID)를 소지한 고객이 출입문을 통과하면 담당 매니저에게 메시지가 전달돼 신속하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고객이 직원 도움 없이 다양한 은행상품과 금융정보를 확인하고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했다. 고객이 출입구에 설치된 ‘미디어 월’을 통해 금융정보를 검색한 뒤 ‘워크 벤치’에 옮겨 앉아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최근에는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에도 금융 점포가 들어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홈플러스 매장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365일 연중무휴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삼성화재, 동양생명 등 6개 금융기관은 이마트 서울 성수점 등 9개 매장에 공동 금융센터를 개설했다. 금융컨설턴트가 상주해 재무설계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해당 금융기관의 보험·대출 상품도 판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은 계열사인 롯데마트에 금융센터를 운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마트 브랜치는 서류작성 비용이나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고객들도 여러 업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