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입선 끊길라” 정부 초비상

입력 2011-12-11 21:39

미국 연방 상·하원이 추진 중인 대이란 제재가 가시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정부에 자발적 참여를 원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11일 “아직 우리가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해 어느 정도 호응을 해줘야 하는 지 결론이 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현재는 여러 가지 가정을 하고 상황별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이란 원유 도입단가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원유보다 2~4달러가량 저렴해 수입 중단 시 연간 3억 달러가량 손해를 입게 되는 데다 국내 유가급등도 우려돼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관계자는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우리의 원유 수입만큼은 규제에서 제외하거나 규제의 정도를 완화시킬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원유 도입가격이나 이란과의 신뢰 문제에서 엄청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영업정지로 원유 대금결제에 애를 먹었던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사태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전체 수입에서 이란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를 차지한다”며 “가격이 싼 이란 원유가 끊기면 적잖은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체 수입량의 10%가량을 이란에 의존하는 SK에너지도 대응책 마련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란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장기계약이어서 당장 끊기면 같은 유종의 대체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이란과의 오랜 신뢰를 깨는 것도 부담이어서 고심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이란이 막히면 어떻게든 다른 곳에서 물량을 확보하겠지만 가장 걱정하는 것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이란에 엄청난 결례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란은 유가가 비싸고 물량이 부족할 때 늘 우리를 도와줬는데 어떻게 관계를 끊을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현재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멜라트은행 사태 이후 결제통화를 원화로 바꿔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제재안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나 기업의 달러결제를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우리의 원유 거래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면 정유사들은 결국 다른 수입루트를 찾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