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 쇄신 프로그램은… 주말 자택서 칩거 ‘신정치 구상’ 돌입

입력 2011-12-11 18:37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주말 내내 침묵했다.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면서 신당 창당에 버금가는 수준의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11일 “박 전 대표와 주말에 통화를 했지만 현재로선 외부에 밝힐 만한 내용이 없다”거나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선 그가 내밀 키워드로 ‘함께’라는 단어가 오르내린다. 박 전 대표는 계파를 뛰어넘어 당이 하나가 돼야 쇄신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치쇼처럼 비칠 수 있는 인위적인 계파 해체 선언이 아니라 쇄신을 통해 실제로 당이 하나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김무성 전 원내대표처럼 한때 박 전 대표와 가깝다가 멀어진 인물들을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박 전 대표의 향후 쇄신 행보에 동참시키자는 건의도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폭넓게 문호를 개방하고 신당을 창당하는 정도의 광폭 행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주변에선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인재영입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책임지고 끌어올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만큼 천하의 인재를 모아올 수 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의 등장 방식 및 형태와 관련, 당에선 ‘전권을 가진 단독 비대위원장’ 체제가 유력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명확한 뜻을 밝히지 않았다. ‘민본21’ 등 쇄신파가 제안한 이 방안에 대체로 공감하던 친박계도 주말을 거치면서 정두언 의원과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반박(反朴) 그룹에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일단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한 측근 의원은 “현재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어떻게 바로 세우고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도록 할까라는 본질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며 “그런 걸 할 수 있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그게 무엇이든 피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핵심 인사는 “직접 당 쇄신을 하지 않는 방안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친박계에서는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하려고 욕심을 낸다는 식으로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감지된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못 맡아서 안달 난 게 아니지 않냐”며 “여전히 당이 위기라는 의식에 서로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