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옆엔 나이키… 한국브랜드는 어디에
입력 2011-12-11 17:49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주 5일 근무제 정착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스포츠 소비인구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관람인구에다 스포츠활동 직접 참여 인구까지 늘면서 스포츠용품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운동기구를 비롯해 의류, 신발 등 스포츠용품은 A사, N사, P사 등 수입 브랜드가 판을 치고 있다. 이미 스포츠용품은 기능을 떠나 브랜드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치른 한국이 번듯한 국산 스포츠 브랜드 하나 탄생시키지 못한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다.
#국내 스포츠용품 시장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0체육백서에 따르면 2009년 현재 국내스포츠용품 제조업은 4조6000억원, 유통판매업은 4조8730억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국산 브랜드의 비중은 10%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포츠용품은 노동집약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그나마 유지되던 국산 브랜드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임금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상당수가 도산했다.
게다가 스포츠가 세계화되면서 미디어에 의해 무차별로 노출된 외국 유명 브랜드에게 국내 시장마저 내주게 됐다. 나이키가 타이거 우즈를 내세워 단번에 골프 시장에 입성한 것이 그 예다.
< b>#스포츠이벤트를 활용한 브랜드 육성 사례
1964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일본은 미즈노와 아식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독일은 아디다스, 1984년 LA올림픽에서 미국은 나이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은 리닝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었다. 이들 브랜드는 해당 국가의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원회 덕분에 올림픽 기간 내내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홍보됐다.
실례로 베이징 올림픽에서 공식 스폰서는 아디다스였다. 하지만 조직위는 전 세계의 이목이 일시에 집중되는 성화 최종주자에 리닝을 등장시켰다. LA올림픽 체조 3관왕인 리닝은 1989년 은퇴 후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출시했고, 현재 중국 전역에 70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자국에서 인기 있는 수영, 다이빙, 체조, 탁구 종목 TV중계팀에게 리닝 브랜드의 의류를 입히면서 홍보를 도왔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361°’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용품으로 대회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리닝에 이어 또다른 브랜드가 나온 것이다.
#스포츠도 산업이다
우리도 스포츠 브랜드 육성에 처음부터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다. 1986 아시안게임과 1988 올림픽을 앞두고 삼성에서 ‘라피도’, 코오롱에서 ‘액티브’, 당시 국제상사에서 ‘프로스펙스’란 브랜드를 만들었고 훗날 ‘르까프’란 브랜드도 생겼다. 대기업이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라피도와 액티브는 사라졌고 프로스펙스는 주인이 바뀌었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가전 등에서 세계 일류를 달리고 있는 한국이 스포츠 브랜드 하나 육성하지못한 이유는 뭘까. 국내 브랜드인 비바스포츠 권오성 대표는 “서울올림픽 당시 스포츠를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운동 경연장으로 인식한 정부 당국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어 “지금이라도 제품의 기술개발에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한편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 유니버시아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등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통해 국내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는 장기 전략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로 가는 국내 브랜드들
글로벌 브랜드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몇몇 국산 브랜드는 좁은 국내 시장을 떠나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은 아시아지역이 공략 대상이다. 국산 브랜드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노동집약적인 스포츠용품의 특성상 인건비가 싼 중국이 제격이었다. 보통 32조각 축구공의 경우 1650 땀의 바느질이 필요해 숙련공이라도 하루에 4∼5개 밖에 만들지 못한다.
전 세계 농구볼을 석권하고 있는 국내 브랜드 ‘스타’도 중국에 생산기지를 옮기고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골프 샤프트 ‘오직’으로 유명한 국산 골프 브랜드 MFS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외국 브랜드를 아예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코오롱은 ‘헤드’를 샀고, 이탈리아 브랜드인 FILA는 한국인이 경영권을 갖고 있다. 세계 굴지의 골프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는 국민연금 등이 출자한 한국컨소시움에게 최근 경영권이 넘어왔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