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제성호] 세계인권선언과 북한 인권
입력 2011-12-11 17:40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63주년 되는 뜻 깊은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전문에서 인권이 인류가 함께 지켜나갈 ‘보편적 가치’임을 명백히 하면서 본 선언이 ‘자유와 권리의 보편적이고 효과적인 인정 및 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만국 공통의 기준’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지구상에는 세계인권선언의 요구를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며 자국민에 대해 국제적 최저 기준의 인권마저 보장하지 않는 국가들이 있다. 북한 이란 미얀마가 그런 대표적인 나라다. 특히 북한의 인권 상황은 유수한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에 의하면 세계 최악 중의 최악으로 간주된다.
2009년 11월의 화폐개혁, 3대 부자세습,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대남 군사도발은 북한 주민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들고 있다. 민심이반을 막기 위한 사상통제 강화도 북한 인권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인권개선에 馬耳東風인 북한
지난달 21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찬성 112, 반대 16, 기권 55로 통과된 북한인권 결의안은 고문, 불법적·자의적 구금, 공개처형, 적법절차 부재, 연좌제, 정치범 수용소, 사상·표현·이동의 자유 제한, 여성·아동에 대한 폭력 등 북한 내에서 행해지는 광범위한 인권유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의 즉각적인 중단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다. 또 탈북자 강제송환 금지 원칙의 존중, 납북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결의안은 이달 중 총회 본회의에서 정식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2005년 이후 7년째 계속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가 채택되고 있지만 북한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조사, 2009년 12월 인권이사회 실무회의에서 실시된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에 따른 대북 권고사항 수용,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의 기술협력 활동 참여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등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 인권기구에 대해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사안의 민감성과 국가 간 입장이 엇갈림에도 북한인권 결의안 찬성국이 계속 늘고 있음(2010년의 경우 103개국)은 다행스럽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하나로 수렴되고 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엔총회 결의만으로는 북한인권 증진에 한계가 있다. 유엔의 직접 개입과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마르주키 다르스맨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5일 ‘통영의 딸’로 불리는 신숙자씨 모녀 구출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언급한 것이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은 긍정적이다. 인권이사회(HRC) 산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이 1969년의 KAL기 납북사건 피해자 가족(황인철씨)의 진정을 접수해 현재 이를 다루고 있는 것도 북한인권의 새로운 지평을 예고한다.
입체적·전방위적 정책 긴요
이처럼 변화하는 북한인권 환경에 맞춰 우리 정부는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인 대북 인권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첫째, 유엔 기구와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신숙자씨 모녀 구출 문제 등 시급한 사안부터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남북대화를 재개하여 이산가족 상봉을 실시함으로써 ‘가족권’ 실현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막기 위해 대중(對中) 인권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북한 주민의 식량권 개선 차원에서 분배 투명성이 보장되는 조건 하에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다섯째, 북한인권법의 조기 제정을 통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법제 인프라 강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제성호(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