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승욱] 교육정책, 성장에서 복지로
입력 2011-12-11 17:59
지난 주말에 경제사학회는 ‘학교교육과 경제성장’을 주제로 연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우리 교육정책에 주는 교훈이 많았다.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훌륭한 인적자본을 꼽는다. 자원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던 반면에 식민지, 전쟁, 군사독재 등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요인으로 낮은 문맹률, 훌륭한 노동력, 지도자, 기업가, 적절한 경제정책 등을 꼽는데, 이것들은 모두 사람, 즉 인적자본과 관련된 것이다.
인적자본을 높이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교육이다. 교육이 인적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초등학교가 가장 크다. 초등교육은 문맹률을 낮추고 합리적 태도와 동기를 확산시키고 규율을 준수하게 한다.
교육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으므로 그 뿌리를 보려면 일제 강점기로 돌아가야 한다. 조선총독부는 식민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중등교육은 억압한 반면 초등학교 교육에는 열심이었다. 1926년에 전국 2470개 면 단위에 1개씩 보통학교를 세울 계획을 세웠고, 1942년에 의무교육제를 공포했다.
보통학교의 경우 1910년대 초 300개 전후에서 1940년대에 3000개 정도로 10배 증가했고, 평균 학급 수도 2배 증가했다. 학생 수는 더 크게 증가해 약 50배 늘었다. 해방 이후 초등교육이 의무교육이 되어 압축성장이 시작되기 이전인 1950년대 후반에 이미 초등교육 취학률은 90% 정도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중등교육은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개발도상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를 지나면서 선진국 수준인 80%를 넘어 압축성장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하면서 박정희 정부는 정계는 물론 재계도 반대하는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실업계 고등학교 양성에 전 국가 자원을 총동원했다.
대기업체에 기능공 양성을 의무화하고, 병역혜택을 부여하며 1981년까지 200만명의 기능공을 양성하기 위한 장기 인력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실업계와 기술계 졸업자를 공무원으로 특채하고,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자들에게 퍼레이드까지 해 주었다. 또 부산기계공고, 전북기계공고, 금오공고 등 우수한 공업고등학교를 세웠다.
이러한 교육정책 덕택으로 2000년대에 들어 주요 대기업 임원은 공대 출신이 많았고, 적령인구 1만명당 기술인력은 1650명 수준으로 일본의 1703명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현대의 성공 비결을 묻자 “다 기능공 덕택이죠”라고 대답할 정도로 한국 경제 성장은 이러한 교육정책들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제 강점기와 독재정부 시절에 경제 성장의 기초가 되는 교육정책을 실시한 반면 최근의 교육정책은 장기적인 국가발전보다는 인기에 더 영합하는 것 같다. 일자리 마련이 최고의 복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저소득층이 소외되지 않고,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바람직하다.
그런 관점에서 5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보육 지원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사회적 격차 해소에도 기여해 성장과 분배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기여하며, 인구 감소를 막는 데도 효과가 있어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양면적 효과가 있는 교육정책을 고안해야 한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더 많이 확보해 어학연수나 조기유학을 갈 수 없는 저소득층의 어학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 경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