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최악 사고 유가족 표정… “어제 저녁밥이 마지막될 줄이야”

입력 2011-12-09 22:13

“어젯밤 가족들과 함께한 저녁식사가 마지막 길이 될 줄이야. 오늘 오전 2시30분쯤에 회사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에도 돌아가셨다는 말은 없었는데….”

9일 오후 1시쯤 인천 경서동 신세계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고 정덕선(53·인천 용유동)씨의 딸 가람(28)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머니 최점자(50)씨의 손만 꼭 잡고 있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이미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빈소를 가득 메운 유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격앙된 분위기였다. 유가족들은 사고의 책임을 고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코레일 공항철도 측을 성토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해외 출장 중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 코레일테크 박흥수 대표이사가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려 하자 이를 막아서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는 코레일 공항철도 측이 “이번 사고는 경찰의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사고 관련자들이 작업 실시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선로진입 승인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보고 책임을 맡은 작업반장인 고 백인기(55)씨의 처남 A씨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고 도저히 있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회사가 진실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며 “철도 관련 일을 20년 이상 한 백씨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백씨의 장남은 휴대전화로 기사들을 조회하면서 “아버지가 작업승인을 받지 않고 들어갔다는 경찰 발표는 말도 안 된다. 공항철도 측과 자회사인 코레일테크 측이 경찰에서 그렇게 진술했기 때문”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고 정덕선씨의 처남 최중재(63·부천시 중동)씨는 “담당구역이 아닌 곳에 들어가도록 공항철도 측에서 일을 시켜놓고도 안전관리요원들이 무전기를 통해 알리지 않은 것은 명백한 인재”라며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전동차로 밀어붙인 것은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한림병원과 인천장례식장에 각각 흩어져 있던 사망자의 시신을 신세계장례식장으로 옮겼으며, 코레일 공항철도 측은 시설사업처 문창남 사업본부 부장 등을 보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특히 희생자들은 정규직이 아니라 한 달 급여가 200만원 안팎인 하청 노동자들이어서 안타까움이 더 컸다. 고 정승일씨의 유가족은 “밤을 새워 일해도 이것저것 떼면 한 달에 18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사고가 선로의 보수, 유지관리까지 하청 회사로 떠넘기며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와 같은 사내하청 구조에서는 원청업체가 무리한 작업을 요구해도 거부할 수 없다”며 “결국 하청 노동자들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위험한 작업을 강행하고, 이 결과 산업재해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