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쟁이 고양이 “왜 배가 부풀어 오르지?”… ‘삐약이 엄마’

입력 2011-12-09 18:03


삐약이 엄마/백희나/스토리보울

저 고양이 참, 비호감이지요? 눈은 쭉 찢어진데다가, 살에 파묻힌 목은 온 데 간 데 없습니다. 게다가 상반신은 온통 검은 털로 뒤덮여 있네요. 비계 출렁대는 몸매에 검은 쫄쫄이 티셔츠를 입은 형국입니다. 약한 동물 괴롭히기가 취미인 동네 깡패 ‘니양이’입니다.

그에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갑자기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과식한 거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원래도 날씬한 적 없던 니양이니까요. 하지만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자, 니양이조차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대체 내 뱃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가 있겠습니까. 무엇이든 입속에 넣고 보는 니양이가 결국 대형사고를 친 게지요.

모든 게 니양이로부터 나와 니양이에서 끝나는 그림책입니다. 그만큼 니양이 캐릭터를 설명하는 게 결정적인데, 작가는 쓱싹쓱싹 연필 스케치로 큰 힘 들이지 않고 니양이를 뚱뚱보 악당으로 그려냅니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방식도 재미있습니다. 니양이 몸 각 부위를 위, 아래, 정면, 측면에서 잡은 묘사가 몇 번 등장했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이야기가 기승전결로 이어집니다. 베스트셀러 ‘구름빵’ ‘달샤베트’ 등으로 주목받은 백희나 작가의 신작.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