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지니아공대 또 총격 사건… 2명 숨져

입력 2011-12-09 18:05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버지니아텍)에서 또 총격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숨졌다. 버지니아텍은 2007년 한국계 학생 조승희가 총기를 난사해 33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했던 곳이다.

CNN방송 등은 8일(현지시간) 정오쯤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의 학교 캠퍼스 내 주차장 출입구에서 대학 경찰관이 한 차량을 검문하는 순간 검문과 관련 없는 남성이 다가와 경찰관을 쏘고 달아났다고 전했다.

총격 사건 직후 학교 측은 “모든 사람은 실내에 머물고, 외부 문을 잠그고, 창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며 학생·교직원들에게 트위터와 이메일 등을 통해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학교 캠퍼스와 인근 타운은 즉각 완전 폐쇄됐고, 중무장한 경찰특공대가 대거 출동해 범인 추적 작업을 벌였다. 특공대가 범인을 추적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일어나면서 캠퍼스 안은 학생·교직원들이 몸을 피할 곳을 찾느라 공포의 도가니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범인은 총격 직후 인근 주차장으로 달아났다. 학생들의 신고로 출동한 다른 대학 경찰관은 범인이 달아난 주차장에서 수상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경찰관이 현장에 접근했을 때는 총상을 입고 숨진 한 백인 남성만 발견됐다. 이 남성 주변에서 총도 발견됐다. 경찰관은 이 남성에 대해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어 자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범인인지 여부를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론들은 사법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숨진 사람이 범인이라고 보도했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4시간여 만인 오후 4시30분쯤 비상경계령을 해제하고 더 이상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학에는 3만10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번 사건은 2007년 조승희 사건 이후 이 대학에서 벌어진 첫 번째 총격 사건이다. 당시 버지니아텍은 대학 측의 초동 대처가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학생들에게 경보를 제때 발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만5000달러의 벌금도 물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는 이 벌금 부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대학 경찰 책임자 등 대학 당국자 상당수가 연방법원 청문회 출석자 워싱턴DC를 방문 중이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