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세대’ 의식조사] 미래 어둡지만… “내가 세상을 바꾼다” 자신감
입력 2011-12-09 18:23
불안과 희망이 혼재하는 10∼20대 설문
파란(FARAN) 세대는 불안하다. 국민일보가 전국의 10대와 20대 47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답한 비율이 71.4%(약간 그렇다 45.3%, 매우 그렇다 18.7%)에 이르렀다. 설문조사는 지난 1∼7일 진행됐다.
미래가 불안한 이유는 주로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었다. ‘부모님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 것 같다’는 명제에 “모르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 51.4%나 됐다. 같은 질문을 40대 이상 기성세대에게 던졌을 때는 “그렇다”는 긍정적 응답이 64.4%(약간 그렇다 42.9%, 매우 그렇다 21.5%)였다. 제일기획이 올 1월 발간한 전국 소비자조사 보고서에서도 19∼24세의 70%가 ‘실업·취업난’을 자신의 가장 큰 관심사로 꼽았다. 기성세대가 ‘건강·웰빙’을 꼽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파란 세대들은 “정규직으로만 취업해도 성공이라고 친구들이 축하해준다”며 자조하거나 “늘어나는 노년 인구의 연금과 의료비를 우리 세대가 다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걱정을 털어놓았다.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젊은 세대의 불안은 두드러졌다. LG경제연구원이 연초에 실시한 ‘2011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 20대는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답변과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모든 세대 중에서 가장 낮았다. 파란 세대가 왜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로 불리는지 잘 드러나는 조사 결과였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미국의 TNS가 지난해 전 세계의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한국의 10대는 ‘사는 것이 스트레스’라는 응답이 55%로 세계 1위였다. LG경제연구원이 세대별 삶의 행복감을 조사한 결과 10대가 51%로 가장 낮았다. 20대는 61%, 30대는 70%였다.
파란 세대들 의식에는 불안감 못지않게 강한 자신감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일보 설문조사에서 ‘[ ]가 세상을 바꾼다’는 문장을 주고 [ ]안을 채우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나’였다. ‘내가 세상을 바꾼다’는 답은 19.0%였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돌파할 방법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이라고 답한 응답이 17.7%로 뒤를 이었고 ‘돈’이라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내가 세상을 바꾼다’는 자신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느 세대든 젊은 시절 품었을 치기이거나 자신만을 앞세운 이기심, 혹은 개인주의의 발현은 아닐까.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한 사람이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개인역량주의(individuality)’로 설명했다. 나 혼자만 잘사는 게 아니라 나 한 명의 역할을 극대화해 다함께 잘살자는 것, 즉 나눔의 정신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파란 세대의 심성은 개인주의나 이기심과는 달랐다. LG경제연구원 조사에선 ‘관심 있는 이슈의 촛불집회가 열린다면 나갈 수 있다’거나 ‘우리 세대는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라고 응답한 비율이 20대에서 가장 높았다. 국민일보 조사에서도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보다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는 편이 낫다’는 말에 ‘그렇다(40.7%)’는 응답과 ‘아니다(40.3%)’는 의견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나왔다. 자신의 주장을 무작정 고집하거나 남의 주장을 좇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김홍신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금 젊은이들이 가진 정보력 분석력 판단력과 폭넓은 지식 습득력은 기성세대들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며 “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바탕만 마련해 준다면 20년 후 이들이 이끌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의 세대별 가치관 조사는 수능시험을 끝낸 고3과 대학 학부생인 20대에게 직접 설문지를 배포해 실시했고, 일부는 인터넷으로 답을 받았다. 40대 이상은 연령이 확인된 이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 조사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