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물밑’에만 있던 박근혜, 결단 불가피…조기등판엔 부담
입력 2011-12-09 21:59
5년여만에 당권 복귀 앞둔 박근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섰다. 2006년 6월 16일 당 대표 임기를 마친 뒤 약 5년6개월 만이다.
당내 가장 큰 실력자인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줄곧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여 왔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이런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10·26 재보선 이후 당 위기와 함께 불어닥친 변화와 쇄신 요구에 홍준표 대표가 9일 물러나면서 차기 권력은 자연스레 박 전 대표에게 넘어왔다. 그를 제외하곤 작금의 위기를 돌파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널리 형성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당이 존폐 위기에 처했을 때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로 옮긴 뒤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그해 총선에서 선전했다. 이번에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난파 위기에 처한 당을 살려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일단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박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쇄신파 핵심인 남경필 의원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비대위를 구성해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제 관심은 박 전 대표가 당을 수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쇄신안에 쏠리고 있다. 그는 이르면 다음주쯤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 의원들은 공천 개혁을 통한 인적 쇄신과 당 정책의 획기적 변화에 정국 돌파의 해답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과거에도 당과 나라를 위해 사심 없이 인재를 등용한 전력이 있다”며 “그간 정치적 이해관계나 유불리 때문에 왜곡됐던 일들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반박(反朴)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보수세력을 하나로 묶는 일도 박 전 대표 앞에 던져진 중요한 숙제다.
그간 ‘부자정당’ 색깔이 칠해져 있던 당 이미지 쇄신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도 진영을 포용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 도입이 추진될 전망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예산정국에서는 정책이나 예산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며 “박 전 대표가 특히 서민경제와 보육,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쇄신파 의원들은 박 전 대표부터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단합을 위해서는 계파가 해체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박 전 대표도 친박계를 멀리하고 공천권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친이계나 소장파를 가리지 말고 좋은 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친박계에 갇혀 있던 과거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당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