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열차, 새벽 보수작업 근로자 덮쳐 5명 사망… 선로위 ‘안전 매뉴얼’ 없었다

입력 2011-12-09 21:59


5명이 죽고 1명이 크게 다친 코레일 공항철도 열차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다.

작업에 앞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보고와 승인 절차는 누락됐고, 근로자들은 안전장구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작업 현장에 투입됐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코레일 공항철도 측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9일 0시30분쯤 서울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 방면으로 가던 인천공항열차가 계양역을 지나 1.3㎞ 지점을 달리던 중 선로에서 보수작업을 준비하던 인부 8명 중 6명을 치어 작업반장 백인기(55)씨 등 5명이 사망하고 이용훈(39)씨가 중상을 입었다. 이들은 코레일 협력업체인 코레일테크 직원으로 기온이 낮은 겨울철 지반 상승을 막기 위해 흙을 퍼내고 자갈을 넣는 작업을 위해 사고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이들은 관제실에 최종 작업 승인을 받지 않았고, 열차 시간도 알지 못한 채 예정 작업시간보다 25분이나 일찍 선로에 진입했다가 시속 80㎞로 달리는 열차에 치여 변을 당했다. 이날 0시5분쯤 서울역을 출발한 공항 방면 막차인 3157열차는 계양역을 0시 31∼32분쯤 지나칠 예정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생존자들은 “날씨가 추워져 작업을 일찍 마치려고 현장에 미리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작업을 관리·감독해야 할 관리자는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 코레일테크 측 관리자는 경찰 조사에서 “밤 10시에 인부들을 교육한 뒤 검암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현장에는 작업반장 2명이 있었으나 백씨는 사고로 숨졌고 박모(55)씨는 굴착기를 부르러 현장을 떠나 있었다.

코레일 공항철도는 열차 운행이 끝나지도 않은 시간에 8명이나 되는 근로자들이 선로에 들어갔는데도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한 유족은 “열차 운행시간 중 근로자 8명이 선로에 우르르 몰려가 작업을 벌였는데 공항철도 직원 중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근로자들이 선로에 들어간 상황을 CCTV로 파악할 수 없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숨진 근로자 등은 밤에 근무할 때 입는 야광 반사판 작업복 등도 착용하지 않았다. 이날 기온은 영하 5도 안팎. 근로자들은 살을 에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귀마개에 두꺼운 옷을 입고 작업하다 고속으로 달려오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씨와 이화춘(59) 정승일(43) 추성태(55) 정덕선(53)씨 등 사망자는 인천 신세계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다리 등을 크게 다친 이용훈씨는 한림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코레일 공항철도와 코레일테크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협력업체의 안전 관리·감독 소홀 및 안전수칙 위반 여부, 기관사의 전방주시 의무 위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심혁윤 코레일 공항철도 대표는 “불의의 사고로 협력사인 코레일테크 직원 5명이 희생돼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