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외한 EU 26개국 ‘新 재정협약’ 체결
입력 2011-12-10 01:26
영국 등을 제외한 유럽연합(EU) 26개국이 ‘신(新) 재정 협약’을 체결키로 했다.
EU 정상들은 지난 8~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금융위기 해소 대책을 논의한 끝에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과다채무를 막기 위한 재정 협약을 만들기로 했다. 영국은 이에 거부하고 일부 국가가 의회와의 협의를 이유로 결정을 미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기존의 유로존 17개국 외에 최소한 6개 비(非)유로존 국가가 새로운 재정 체제에 참여키로 해 재정통합으로 가는 기반을 마련했다.
예르지 부젝 유럽의회 의장은 “아주 훌륭한 회담결과다. 26대 1이다. 유럽이 단합돼 더 강력해질 것”이라며 영국만 제외한 나머지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EU가 조약을 개정하려면 회원국 만장일치의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신 재정체제는 조약 개정을 통한 EU의 공식 체제로 출범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간 합의체’다. 규율의 집행과 처벌의 강제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재정적자와 60% 이하 정부부채’ 규정을 강화해 이 기준을 위반하는 국가는 자동으로 제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EU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개정안’을 제안했다. 그동안 EU에 가입하려면 이 기준을 충족해야 했지만 가입한 이후에는 이를 위반해도 제재할 실효성 있는 수단이 없었다. 이런 허점이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낳았다는 판단에 이 같은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9일 “영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EU 조약 변경에 대한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도 “주권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분별력 있는 결정”이라면서 “이로 인해 영국이 유럽에서 고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운드화를 쓰는 영국은 유로존이 아닌 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EU 정상들은 시한부로 설립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영구 대체할 유럽안정화기구(ESM)를 1년 앞당겨 내년 7월부터 가동키로 했다. 그러나 ESM에 은행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은 독일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편 미국과 유럽 주요 증권시장은 이날 정상회의 후 유럽 채무위기 재연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후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