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혹만 더 키우고 ‘디도스 수사’ 송치… 檢 ‘윗선 실체’ 밝혀낼까

입력 2011-12-09 18:30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윗선의 개입 여부를 밝혀내지 못한 채 9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27)씨와 도박 사이트 업자 강모(25)씨 일당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는 결론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채 의혹만 키웠다.

지난 3일 공씨와 강씨 등 4명을 구속한 경찰은 9일 강씨의 회사 직원 차모(27)씨를 디도스 공격을 도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지난 2일 경찰이 공씨 등 4명 검거 사실을 발표한 이후 사법처리된 것은 차씨가 유일하다. 경찰은 공씨 등의 진술과 통화내역, 금융계좌를 분석했지만 범행 배후 인물의 존재를 입증할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는 범행 전날인 10월 25일 밤 서울 역삼동 룸살롱에서 고향 선배 김모(30)씨(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등 5명과 술을 마시던 중 강씨에게 전화로 선관위와 원순닷컴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 공씨는 검거 때부터 범행 사실을 부인하다 지난 8일 “최 의원을 잘 모시고 싶어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디도스 공격으로 선관위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하면 투표율이 낮아져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공범 강씨는 도박 사이트 경쟁업체 공격용으로 좀비PC를 확보하고 있어 공씨의 부탁을 받은 즉시 공격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의원실에서 일하는 공씨가 힘이 있다고 여긴 강씨는 공씨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게 사업에 유리하다고 판단,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범행 전날 공씨와 저녁식사 등을 함께 한 국회의장 비서 김씨, 청와대 행정관 박모씨, 정두언 의원 비서 김모씨, 공성진 전 의원 비서 출신 박모씨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찰청 황운하 수사기획관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 배후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