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천방지축, 계속 미친 듯이 달린다”… ‘노브레인’ 12월 24일 데뷔 15주년 콘서트
입력 2011-12-09 17:47
국내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펑크 음악을 전파해온 4인조 밴드 노브레인. 1996년 결성돼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은, 정규 음반은 6장이나 낸 우리나라 대표 인디밴드 중 하나다. 이만하면 조금은 젠체하고 무게를 잡을 수도 있는 위치. 그런데 지난 5일 만난 이들은 시종일관 거침없고 꾸밈이 없었다. 무대에서 보던 천방지축 악동 같은 이미지가 실제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자면 이날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멤버 중 한 명은 인터뷰 도중 방귀를 뀌었다. 그러자 나머지 팀원 중 한 명은 “○○○이 방귀 뀌었다고 기사에 꼭 써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결성 15주년을 기념해 오는 24일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여는 콘서트 제목도 장난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노브레인의 열다섯 살 생일을 기념해 여는 공연 제목은 ‘ㅋㅋㅋ’다.
정민준(31·기타)은 “가볍게 파티 여는 기분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서 공연명을 ‘ㅋㅋㅋ’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맏형인 이성우(35·보컬)는 “15주년 공연이라고 해도 특별한 감회는 없다. 언제나 그렇듯 미친 듯이 달리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소탈한 모습과 달리 노브레인이 15년 간 활동하며 거둔 대중적 인기와 성과는 상당하다. 국내 어느 밴드와 견줘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멤버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예컨대 사무실 벽엔 15주년 콘서트에서 연주할 곡목 리스트가 쓰여 있었는데, 이만큼 히트곡 많은 밴드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넌 내게 반했어’ ‘비와 당신’ ‘미친 듯 놀자’….
15년 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을 자평해달라고 물었다. 이성우는 “멋있는 밴드는 많지만 (우리처럼)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는 밴드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팀의 막내인 정우용(29·베이스)은 “가볍고 꾸러기 같지만 음악 속에 진지함이 있는 게 장수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노브레인은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4인조 밴드 고고스타와 함께 캐럴 음반을 발표했다. 음반 수익금 전액은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황현성(33·드럼)은 “돈 벌면 없는 사람들하고 나눠 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도와야 된다고 생각해서 기부하기로 한 거예요. 아직 수익금을 어떤 단체에 드릴지는 못 정했지만,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지 않으셨으면 하는 게 저희 바람이에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