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부끄러움
입력 2011-12-09 17:41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매우 인상적인 그림을 발견하고 그 앞에서 한 시간 이상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사실주의 화가 카라바지오의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베드로’라는 작품이었다. 그림 속의 베드로는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데 후회, 부끄러움, 당혹감, 절망감이 슬프도록 짙게 풍겨 나온다. 그의 두 눈에 달린 눈물은 금방이라도 그림 밖으로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그림을 보면서 ‘사람은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못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을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나 최소한 부끄러워할 줄 알고 후회할 줄 알고 눈물 흘릴 줄도 알아야 사람답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서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악습이 안개처럼 우리 안에 스며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 해를 마감하는 계절, 그리고 대림절을 보내면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영적 순수함이 우리 영혼 안에 찾아들기를 기도한다.
손달익 목사(서울 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