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역 전원 불공천’ 각오로 여야 쇄신해야

입력 2011-12-09 17:28

현 18대 국회의원들에게 2012년 출범하는 19대 국회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 생각이다. 침몰하는 한나라당을 놓고 너나 할 것 없이 쇄신을 외치나 속으로는 욕심이 가득하다. 9일 떠밀려 사퇴한 홍준표 전 대표와 공동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이 ‘네 탓이오’를 외치고 있으니 가관이다. 통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벌이는 욕심 대결도 추태의 극치를 이룬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보여준 최근 목불인견의 행태로 남은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형국이다. 이제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총선과 대선을 이끌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신비주의’와 ‘선문답식 단문정치’로는 침몰하는 한나라당을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의 말처럼 박 전 대표가 조선역사에서 나이 어린 왕 뒤에서 발을 내리고 수렴청정하는 대왕대비 같은 모습을 보이고 대리인을 내세워 선문답 정치를 하려 한다면 국민은 끝내 한나라당을 외면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당당하게 국민 앞에 나서 난제들과 부딪쳐야 한다. 그리고 흩어진 보수세력의 대통합을 이끌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야권 통합방식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는 민주당 손·박 두 사람을 보며 우리의 정치 수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대권을 얻기 위해서 야권 통합이 필요한 손 대표와 현행 방식의 통합을 할 경우 당 대표직을 못 얻어 결국 공천권을 잃게 되는 박 전 대표의 욕심이 부딪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공천권 욕심에 호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을 고수하려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11일 통합전당대회는 힘과 힘이 대결하는 ‘각목 전당대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야의 현 정치 구도로는 한국 정치의 미래가 없다. 말로만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외치는 탐욕의 정치인들을 이참에 정치권에서 솎아 내야 한다. 한나라당 홍 전 대표가 천명한 ‘현역의원 전원 불공천’ 정도의 극약 처방이 아니고서는 무너진 정치권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