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천의 33나라 지구별 비전트립] (14) 페루

입력 2011-12-09 17:40


안데스 산마을 꼭대기에 교회를 세우다

지구별의 배꼽 페루 꾸스코에서 복음의 빛 비춰라


삶 속으로 잉카의 후예들에 복음 전하는 유동윤 선교사

남아메리카의 페루는 아마존과 고산지대인 안데스 산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400년 동안이나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많은 문화와 유산을 빼앗겼다. 그래서 이들에겐 억눌려있는 한(恨)의 정서가 있다. 한때 찬란했던 황금의 제국 잉카문명을 가지고 있던 이 나라의 주요 종족인 케추아족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해발 3000m 이상의 고산지대 오지에서 흩어져 살고 있다. 이곳에는 산소가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태어난 케추아인들은 보통사람들보다 폐와 가슴이 크다.

하나님께서 산소가 부족한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 적절한 육체를 허락하신 듯했다. 페루 리마에서 고산지대인 이곳 안데스의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 나의 가슴은 뛰고 있었고 왠지 어지러웠다. 말로만 듣던 고산증이 찾아온 것이다. 비실대는 나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케추아 인디오가 나에게 현지 식물인 코카잎을 주었다. 잎을 씹자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견딜 수 있었다. 현지 인디오들은 이렇게 친절하고 따뜻하고 정이 많다. 이들은 ‘라마’라고 하는 고산지대에 사는 낙타과 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라마의 얼굴은 무척 귀엽고 익살스럽게 생겼고 이 험난한 안데스의 고산지대에서 무거운 짐을 묵묵히 운반한다. 그러고 보니 이 케추아 사람들은 라마와 안데스의 산세를 닮았다. 안데스의 산처럼 둥글둥글한 정 많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라마처럼 이곳저곳을 누비며 묵묵하고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해나간다.

이런 지구별 산꼭대기 마을에도 선교사님이 계실까? 이러저리 헤매던 중 나는 이 안데스 꼭대기 마을에서 한국인 선교사님을 만났다. 어떤 연고도 없이 정말 우연히 마주쳤는데 분명 하나님께서 만나게 하셨으리라는 마음이 들었다. 유동윤 선교사는 이 쿠스코의 유일한 선교사이다. 그는 6년 전 복음의 빚진 자로서의 부담감과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순종으로 선교에 헌신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이곳을 평생 섬겨야 할 선교지로 정하고 기도하고 첫발을 내디뎠지만 고국과 정반대로 떨어진 이 땅에서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우선 스페인어와 케추아어 원주민어로 소통하는 점이 힘들었고, 무엇보다 매일 터지는 코피와 어지럼증, 또 매스꺼움 증상으로 무척 고생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너무 쉬지 않고 사역해서 몸이 무리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고산증이었다. 이런 고통 속에 그는 하나님 앞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나가게 되었다.

“기후와 언어, 문화가 다른 타문화권 사람들과의 공존. 외부인인 내가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열까. 내 의지로 나갈수록 저는 넘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쓰러진 나를 일으키며 나의 연약함과 무지함을 통해 역사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이곳 주민들은 나에게 스페인어와 케추아어를 가르쳐주고 아플 때면 돌봐주고 끼니때마다 음식을 주고 밤이 되면 잠자리를 주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들의 손길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유선교사님의 말이다. 이후 그는 케추아족과 친구가 되었고 그가 배운 침술로 마을 사람들을 섬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잉카시대 때부터 내려온 우상숭배가 가득한 이 산마을 꼭대기에 직접 교회를 짓고 현지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는 외부 문명과 단절된 이 고산지대 오지에 복음의 빛이 비쳐지기 위해선 현지인 사역자들이 일어나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고산지대 특성과 언어와 문화의 접근성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는 이 쿠스코의 차세대들을 이 땅에 리더로 세우기 위한 청소년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오지에서 외롭거나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 보았다.

“하늘과 가까운 땅이라 그런지 하나님의 음성이 삶 가운데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합니다. 그분의 친밀하심과 채워주심, 그리고 현지인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 나의 영혼을 채워주니 외롭거나 부족함이 없답니다.”

환하게 웃으며 선교사님이 말했다. ‘배꼽’이라는 뜻의 쿠스코. 지금 잉카의 후예들이 이 지구별의 배꼽 산꼭대기에서 복음의 빛을 전할 당신의 아름다운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 말씀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 이사야 60:1

■ 기도제목

- 고산지대에서 사역하고 계신 선교사님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 수백년 동안 이 땅을 덮었던 주술의 영이 사라지도록

- 더 많은 단기팀이 방문하여 페루의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 이준천 작가

대학과 대학원 시절 예수전도단에서 훈련을 받은 후 직장생활을 하다 비전트립을 시작했다. 1년 4개월 동안 33개 국가 150개 지역을 선교여행했다. 현재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강동온누리교회의 청소년부와 예배팀, 아프리카 선교팀을 섬기고 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 졸업.www.alltheheavens.com

이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