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내년 2월 재창당”… 쇄신파·친이·친박 모두 반발
입력 2011-12-09 00:21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8일 재창당준비위원회 발족과 총선기획단 조기 가동을 골자로 한 쇄신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내 쇄신파와 친이명박계뿐만 아니라 홍 대표를 지원하던 친박근혜계까지 “홍 대표 사퇴가 쇄신”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당내 ‘투 톱’인 황우여 원내대표도 쇄신안 논의를 위한 9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쇄신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될 경우 홍 대표는 낙마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2월 중순 재창당을 통해 14년 전통의 한나라당을 허물고 당을 완전히 재건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역 의원 전원 불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인재 영입을 추진해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를 하겠다”며 “전원이 당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재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천심사위원회로 가기 전 (현역 의원 가운데) 부적격 후보자를 사전 정리하는 방식의 2단계 공천심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 쇄신파들은 “물러나야 할 사람이 무슨 쇄신안이냐”고 몰아붙였다. 최고위원을 사퇴한 원희룡 남경필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홍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추락한 상태로, 그의 말이 국민들께 전달되지 않는 메신저 거부현상 단계에 이르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성명서를 통해 “현 지도체제는 당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돌파할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한계에 이른 만큼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홍 대표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친이계 중심의 재창당 모임인 ‘(가칭)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모임’도 기자회견을 갖고 “현 지도부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재창당위를 만든 뒤 즉각 사퇴해야 하고 재창당을 위한 의원총회나 연찬회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모임과 별도로 친이계 의원들은 홍 대표 기자회견 직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홍 대표가 쇄신을 주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역시 홍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전대 출마가 가능한 당헌·당규 개정은 불가피하지만, 이번 쇄신안은 홍 대표가 총선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홍 대표 체제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