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도 하루만에 “洪 안되겠다”

입력 2011-12-08 21:11

한나라당 친박근혜계의 기류가 하루 만에 확 달라졌다. 영남 친박계는 7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낙마 위기에 처한 홍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8일 홍 대표 주도의 쇄신은 안 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쇄신 플랜은 참 그랜드한데, 본인이 직접 별거 다하겠다고 한 것 아니냐”면서 “홍 대표가 너무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홍사덕 의원도 ‘홍준표 쇄신안’에 대해 “말도 하기 싫다”며 부정적 입장을 에둘러 피력했다. 그가 전날 홍 대표 퇴진론에 “권력투쟁으로 비친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친박계 의원들의 달라진 모습에 당내에서는 “오락가락한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홍 대표로는 당의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기에 역부족이라는 박 전 대표의 ‘의중’이 전날 밤부터 계파 의원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의원은 “측근 의원이 박 전 대표의 뜻을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어제 오후까지 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준표 체제에 대한 당내 비판이 더욱 확산되면서 박 전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홍 대표와 결별은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홍 대표가 당 혁신위원장 시절 자신이 직접 만든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고치겠다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박 전 대표가 “더 이상 홍 대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얘기다.

한 수도권 친박 의원은 “홍 대표와 정책쇄신 행보를 함께했던 (초선의원 모임) 민본 21까지 홍 대표 사퇴를 촉구하며 박 전 대표 등판을 요구하는 것은 박 전 대표로서도 쉽게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도 “거의 대부분의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등판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들에게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앞장서서 나서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날도 일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측근 의원은 “지금 당 상황이 워낙 위중하기 때문에 모든 외부 일정을 끊은 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 인사는 “박 전 대표가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한 위기로 보느냐에 따라 홍 대표 체제 종말을 직접 고하는 ‘악역’까지 감당할지, 아니면 상황을 좀 더 지켜볼지가 달라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제는 등판 시기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