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밝아지면 범죄도 줄지요”… 광주경찰 치안올레길 봉사단
입력 2011-12-08 21:02
“호루라기와 곤봉을 들던 손에 벽화 그리는 붓을 잡았습니다. 동네 골목길의 환경을 밝게 바꾸면 범죄 발생이 크게 줄어듭니다.”
광주경찰청 소속 전·의경 6명으로 구성된 ‘광주경찰 치안올레길 벽화봉사단’이 환경 개선을 통한 범죄예방 활동에 첨병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5일 출범한 이 봉사단은 어두컴컴한 골목길 등 범죄 발생이 쉬운 곳에 산뜻한 벽화를 그려 깨끗한 도시환경 조성은 물론 범죄 심리를 억제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학에서 주로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하다 입대한 봉사단원들은 칙칙한 존재로 눈에 거슬리던 우산동 하남주공아파트 벽 200여m에 그림을 그린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치안올레길 18곳, 1100m에 벽화를 완성했다.
첫 작품인 하남주공아파트 벽화는 계절 테마별 벽화로 꾸며졌다. 4계절을 특징적으로 묘사한 벽화는 봄꽃과 나비가 등장하고 여름은 원두막과 해바라기, 가을은 코스모스 길과 벼를 수확하는 농부의 모습이 담겨 있다. 겨울은 연날리기와 썰매타기 등으로 표현됐다. 벽화 중간에는 ‘치안올레길 안내표지’와 ‘범죄예방 요령’이 만화식으로 그려졌다.
삭막하던 도심 속 아파트 벽에 꽃과 나무 등이 그림으로 울창하게 드러나자 어린이와 아파트 입주민은 물론 이곳을 지나는 행인들도 형형색색 아름다운 벽화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대원들은 벽화 작업 동안 얼굴과 손은 물론 옷에도 페인트가 잔뜩 묻기 일쑤다. 하지만 벽화 봉사를 통해 살맛나는 동네를 만들고 각종 범죄예방까지 한다는 자부심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광주경찰청이 지난 8월 25일 첫 도입한 치안올레길은 범죄취약지구 89개소를 선정, CCTV와 방범등, 민·경 합동순찰 등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구역이다.
하중철(23·시각디자인 전공) 상경은 “그림 실력이 빼어나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경찰서 유치장에 벽화를 그리다가 치안올레길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대학에서 배우던 것을 병역의무를 하면서 장기로 살릴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막내인 홍석진(21·산업디자인 전공) 상경은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우중충한 담장 분위기가 확 바뀌고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질 때 가장 흐뭇하다”고 웃었다.
광주경찰청 김을수 생활안전계장은 “단원들의 손끝에서 그려진 벽화들이 범죄를 예방하는 것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최근 3개월간 벽화를 그린 치안올레길 구역의 범죄발생률이 지난해에 비해 22% 감소했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