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로비 연루 이상득 의원 보좌관 체포… ‘왕차관’ 소환 통보

입력 2011-12-08 23:55

이국철 SLS그룹 회장 폭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가 8일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보좌관 박모씨를 전격 체포했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이번 주말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수사가 막바지에 달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정권 핵심부를 향하고 있다.

◇시계 외 추가 금품 정황=검찰은 오전 8시40분쯤 경기도 부천 박씨의 자택으로 수사관을 보내 박씨를 체포했다. 검찰은 지난 7일 박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통상적 소환 절차 없이 곧바로 강제 구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청구를 염두에 둔 수순으로 보인다.

박씨는 2009년 말 이 회장의 로비 창구인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42)씨로부터 500만원대 까르띠에 시계를 선물 받았다. 그는 “곧바로 돌려줬다”고 했지만 검찰은 지난 9월 수사가 시작된 뒤 되돌려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씨는 시계를 받을 당시 “SLS조선 워크아웃은 부당하다”는 민원을 듣고 관련 자료를 담당 공무원에게 넘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문씨는 검찰 수사 무마, 워크아웃 저지 등을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이 회장에게 7억8000만원을 받았다가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은 구속 이후 공개한 비망록에 ‘지난해 11월 문씨가 대검 간부에게 전달한다며 박 보좌관이 움직일 자금과 1억원을 요구해 금호역 부근에서 전달하고, 같은 장소에서 5000만원을 추가로 건넸다’ ‘(시계를 준 뒤) 박 보좌관이 통화하면서 만족해했다’고 썼다. 또 문씨에게 로비용으로 60억원과 명품시계 4개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박씨를 체포한 것은 계좌 추적과 문씨 조사 등을 통해 이 회장의 돈 수억원이 문씨를 거쳐 박씨에게 전달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차관’ 주말 소환 통보=이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 전 차관에 대한 수사망도 좁혀지고 있다. 검찰은 2009년 5월 박 전 차관의 일본 출장 때 400만∼500만원 상당의 술을 접대했다는 SLS 일본법인장 권모씨, 동석한 김형준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이미 소환 조사했고, 박 전 차관에게 주말 소환을 통보했다. 하지만 일정 조율이 끝나지 않아 소환 일자가 확정되진 않았다. 권씨는 “박 전 차관 일행을 접대하고 술값 20만엔을 냈다. 박 전 차관이 이용한 차량 렌트비 10만엔도 계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은 SLS 측으로부터 접대를 받지 않았다며 지난 9월 이 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