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고리원전 비리 석달째 전방위 감사

입력 2011-12-08 23:53

감사원이 고리 원자력발전소 중고부품 납품비리에 대해 지난 10월부터 감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8일 “지난 10월부터 고리 원전에 납품비리가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감사에 착수해 현재 특별조사국에서 현장감사를 마치고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현재 검찰과 경찰에서 수사 중인 고리 원전의 터빈밸브작동기 중고부품 납품비리와 터빈밸브작동기 설계도면 유출·도용에 대한 감사는 물론 특정업체에 물량을 몰아주는 입찰비리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품 납품비리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이날 고리원전 팀장 김모(48)씨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고리원전 제2발전소 기계부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3년간 입찰정보 등 납품편의를 제공하고 10여개 업체들로부터 3억39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김씨의 은행계좌에서 확인된 뇌물액수보다 더 많은 돈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금품수수 액수와 윗선 개입 여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고리원전에 부품을 납품한 다른 업체 관계자들도 소환조사에 나섰다.

고리 원전의 납품 비리는 오래전부터 업계에 소문이 파다했던 사안이어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수원도 자체 감사를 벌였으나 김씨의 비리를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진정서가 접수된 후 납품비리에 대해 감사를 벌였으나 계좌추적권 등이 없어 김씨의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전에 중고 부품을 사용한 것은 도덕성은 물론 안전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에 적발된 H사가 고리원전에 납품한 부품은 원전 2차계통에 있는 터빈밸브작동기의 ‘매니폴더’ 등이다. 고리원전 3·4호기를 운영하는 제2발전소는 2008∼2010년 H사로부터 모두 3차례 32억여원어치의 터빈밸브작동기를 납품받았다. 터빈밸브작동기는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증기를 조절해 터빈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터빈밸브작동기는 원자로 내부의 1차계통이 아니어서 터빈밸브작동기가 고장나더라도 방사능 유출 등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동기 고장 시 원자력발전소 자체가 멈춰서기 때문에 전력발전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발전기 터빈에 들어가는 증기량을 조절하는 밸브 개폐를 조절하기 위해 유압장치를 쓰는데, 이를 가동시키는 기름이 흐르는 관이 매니폴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니폴더에 문제가 생겨 기름이 새면 밸브가 자동으로 닫히면서 원자로 가동도 멈춘다”며 “따라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품고장으로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면 하루 8억∼10억원의 손실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의 안전불감증이 천문학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고,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원전 1기가 멈춰서면 전력대란까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김정현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