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여섯 달째 3.25% 동결

입력 2011-12-08 18:16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인 8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물가불안을 생각하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세계 경기 둔화 조짐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 방향을 놓고 한두 차례 인상으로 금리 정상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시각과 경기 둔화에 선제 대응하려면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섯 달째 ‘동결’=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이 어려운 이유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 조짐을 꼽았다. 김 총재는 “앞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며 “유럽지역의 국가채무 위기, 주요국 경제 부진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 지속 가능성 등으로 성장의 하방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김 총재는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장기적 성장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해외 요인의 영향으로 성장이 둔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 “세계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던 것보다 부정적 시각이 강해졌다.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로는 물가 부담을 강조했다. 4%를 웃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달보다 3.5% 오른 근원 인플레이션율을 지적했다. 김 총재는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높게 유지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으로 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립 금리(이론적 수준의 적정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 요인이 다소 커졌음을 암시했다. 김 총재는 “2008년에는 물가가 4%대였어도 금리를 내렸다”면서 물가 압력이 있어도 금융위기 등으로 필요성이 대두되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내년 금리, 올리나 내리나=지난해 4월 김 총재 취임 이후 금통위는 2.00%대였던 금리를 5차례에 걸쳐 올렸다. 저금리 기조를 벗어나 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지도 여러 차례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5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이어가자 금리를 올려 물가와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기에 이제는 금리를 내려 경기 둔화에 미리 대응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까지 받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조차 내년 금리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숭실대 금융학부 윤석헌 교수는 “유럽과 한국의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가계부채와 물가 부담을 더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금리 인상 쪽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도 “현 기준금리가 적정 금리 수준보다 낮은 것이 분명하다”면서 “최소한 내년 상·하반기에 한 번 정도는 오르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2∼3월쯤에는 금리를 내리는 게 적정하다”면서 “세계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