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출격’ 택일만 남았다?
입력 2011-12-08 18:10
여권 내 혼란이 가중되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버티기 모드’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당 안팎에선 등판 시기와 방식을 결단하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가 많다.
친박근혜계 이한구 의원은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거의 대부분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등판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들에게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앞장서서 나서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홍 대표와 정책쇄신 행보를 함께했던 (초선의원 모임) 민본21까지 홍 대표 사퇴를 촉구하며 박 전 대표 등판을 요구하는 것은 박 전 대표로서도 쉽게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홍 대표의 활동 시한을 예산안 처리 등 정기국회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홍 대표와는 결별 시기가 문제일 뿐 지금 체제를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최근 홍 대표가 당 혁신위원장 시절 자신이 직접 만든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고치겠다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박 전 대표가 더 이상 (홍 대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는 이날도 일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지금 당 상황이 워낙 위중하기 때문에 모든 외부 일정을 끊은 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최고위원 3인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박 전 대표 등판 스케줄이 꼬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지어 영남 지역 친박계 의원 중 일부는 여전히 홍 대표 체제 그대로 가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박 전 대표가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한 위기로 보느냐는 인식의 강도에 따라 홍 대표 체제 종말을 직접 고하는 ‘악역’까지 감당할지, 아니면 상황을 좀 더 지켜볼지가 달라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