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은행 시련의 한해… 순익 최대 23% 줄 것”
입력 2011-12-08 18:08
증권업계가 내년 은행·금융지주사의 순이익에 대해 올해보다 최대 23%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주요국들의 경기둔화가 본격화돼 국내 기업과 가계가 맞게 될 충격이 큰 탓이다. 금융업계도 내년 경영전략을 양보다는 질에 맞췄다.
8일 국민일보가 신한금융투자·현대증권·동양종금·신영증권 등 4개 증권사의 은행업 전망자료를 분석한 결과 KB·신한·하나·우리·DGB·BS 등 6개 금융지주사와 외환·기업 등 2개 은행의 내년 당기순이익은 올해보다 평균 16.1%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증권은 내년 8개 지주사·은행의 당기순이익 예상액이 10조4310억원으로 올해 13조6880억원(4분기 예상 포함)보다 3조2570억원(23.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도 신한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지주사·은행의 내년 순이익이 8조7380억원으로 올해 10조2250억원보다 1조4870억원(14.5%)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4대 지주사별로는 하나금융의 순이익이 올해보다 3564억원(18.3%) 감소해 가장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순이익 감소액은 KB금융 -2841억원(-10.7%), 신한금융 -2359억원(-7.5%), 우리금융 -2090억원(-13.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순이익 감소 주요 원인으로 유럽 재정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둔화를 꼽았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손비용이 증가하고, 대출 증가율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이자상환능력이 떨어져 은행 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 부문 영업 악화도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대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로 은행 실적이 크게 떨어지고 불확실성은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2012년은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의 복사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 김수현 애널리스트도 “은행들의 집중적인 대출 수요처였던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신용 리스크도 증가해 은행이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며 “내년 은행업계는 ‘쩐의 종전’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지주사들도 내년 경영전략을 내실 다지기에 맞췄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내년 은행업계는 불확실성 확대와 싸워야 할 것”이라며 “내실 위주의 안정적 성장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도 “자산 성장보다는 자산구조 안정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주사·은행들이 자산건전성에 목표를 두면서 기업들이 유동성 양극화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은행들이 리스크관리에 치중해 자산건전성을 높이면서 수익을 내려면 대기업이나 일부 우량 중소기업에 대출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가계대출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년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면 결국 부실기업은 쳐내고 우량 기업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