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일관된 조광래 퇴출 극비 작전

입력 2011-12-08 17:56

조광래 감독 전격 경질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등 협회 수뇌부가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밀어부친 것이라는 게 축구계 내 지배적인 분석이다. 황보관 협회 기술위원장은 기술위의 독자성을 지키지 못하고 윗선의 지시를 이행하는 ‘행동대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조 감독 경질 움직임은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12월4일)이 끝나면서 본격화됐다. 조 회장은 챔피언결정 2차전 다음날인 5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풋살 경기장 준공식 뒤 황보 위원장이 조광래호의 문제점을 본인을 비롯한 협회 부회장단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3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 1차전 때 정몽준 명예회장을 만났는데 정 명예회장이 조 감독 문제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어쨌든 조 회장이 조 감독 경질 결정을 먼저 내렸고, 그 다음에 협회 부회장단 회의라는 요식적 틀을 거쳐 경질을 공식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회장은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 전에서 패해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28년 만에 좌절될 경우 본인이 더 이상 회장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진국 협회 전무는 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월드컵에 못 가면 말 그대로 엄청난 쓰나미가 닥친다”며 조 회장을 비롯한 협회 수뇌부의 위기의식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조 감독이 치르는 쿠웨이트 전 결과에 조 회장을 비롯한 협회 수뇌부의 목숨을 걸기보다 욕을 먹더라도 빨리 대안을 모색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 회장을 포함한 윗선의 경질 입장이 정리되자 황보 위원장은 7일 저녁 서울 강남 모호텔에서 조 감독을 만나 수뇌부 입장을 전달했다. 윗선 지시를 일방적으로 전하다보니 기술위 소집 등 협회 정관에 명시된 절차는 모두 무시됐다. 협회 측은 “보도가 먼저 나와 일이 꼬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정황상 조 감독 경질은 조 회장이 애초부터 기술위에 맡길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