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파키스탄… 정국 불안
입력 2011-12-08 17:41
파키스탄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에서 파키스탄의 불법 로비스트가 검거된 데다 아프가니스탄 연쇄 폭탄테러 주범으로 파키스탄 내 반(反)시아파 무장조직이 지목됐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 국제적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병 치료를 핑계로 자리를 비워 정국 불안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악화되는 대미관계=미국 법무부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비영리단체 ‘카슈미르미국위원회(KAC)’ 소장인 사이드 굴람 나비 파이가 파키스탄을 위해 불법 로비활동을 한 혐의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파이 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약 25년간 파키스탄 정보기관 ISI로부터 35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아 미 정치인 로비에 사용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ISI는 인도 파키스탄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영유권 문제에서 파키스탄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파이 소장을 조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 소장은 로비 활동을 펼치면서 ISI와의 특별관계와 자금 출처를 숨겨왔다고 진술했다. 미국의 로비 관련 법률에 따르면 자신의 신원과 관련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로비활동을 펼치는 것은 불법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중상모략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오폭 사건에 불법 로비스트건까지 터지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프간 테러도 ‘파’ 소행=한편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6일 발생한 2건의 연쇄 폭탄테러 역시 파키스탄 무장단체 소행으로 지목되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아파 최대 성일인 ‘아슈라’에 발생한 이 테러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59명이 숨지고 16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파키스탄의 반시아파 무장조직인 ‘라쉬카르 이 장비’의 소행이라고 비난하며 파키스탄 정부에 강력한 대처를 촉구했다. 미 국무부 마크 토너 대변인도 “파키스탄 정부가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파키스탄 측은 아프간에 “라쉬카르 이 장비가 연루됐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버티고 있다.
◇치료? or 퇴진?=한편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심장병 치료를 이유로 6일 두바이로 출국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가벼운 심장발작을 일으켜 두바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면서 “사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키스탄 현지 언론 등에서는 자르다리가 건강 문제를 퇴진 구실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군부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에서 나토 오폭 등 민감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한 시점에 출국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미 파루크 나엑 상원의장이 대통령 대행을 맡을 것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