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행복한 사회] ‘베이비붐 세대’ 가족위해 일만 했으나 소외… ‘어머니같은 교회’ 돼야
입력 2011-12-08 17:39
베이비붐 세대로 이르는 이들은 1955∼63년생으로 우리나라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세대이다. 한국교회에서 평신도로 보자면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 중직자로 섬기는 나이. 교회 안의 직책과 그에 따른 리더십도 보통 무거운 게 아닐 것이다. 가정에서는 가장으로 가정을 부양하는데, 자녀들은 이미 평균 20대에 이른 정도여서 교육, 결혼 등 목돈 지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며 게다가 부모를 모셔야 하는 기본적인 효도 자체가 불황의 늪 속에서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남은 것 없는 쪼그라든 중산층
그런데 이들이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탓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첫 번째 희생양이 돼야 했다. 자신들은 명퇴, 자식들은 백수, 백조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세상으로부터 ‘낀 세대, 쉰 세대’라는 눈짓을 받아야 했다. 한 일간지는 쉰 살 이상 된 자영업자가 300만을 넘어섰다고 보도하면서 지난해보다 16만명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위기의 중년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은 아닌 것 같다. 영국에서 발표한 2011년 시사용어 중 1위는 ‘쪼그라든 중산층(Squeezed Middle)’이며 이는 경제활동으로 위축한 중산층, 그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의 위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들에게 가장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은 직장의 위기다. 세계경제가 불안하고 직장마다 구조조정을 감행하면서 베이비붐 세대가 강제로 그 책임을 떠안고 직장을 떠나야 했다. 여기에서 오는 상실감, 허탈감은 누가 위로해줄 것인가.
또한 IT로 무장한 신세대들이 소통의 주도권을 쥐면서 사이버상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들은 문화의 소외감, 소통의 소외감, 세대 간의 갈등과 단절감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만약 가정이나 교회에서 대화마저 부족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베이비붐 세대는 경쟁이 몸에 밴 이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무한경쟁에 노출되면서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부단히 땀 흘린 이들이다. 이들은 쉬는 것도, 노는 것도, 문화를 즐기는 것도 잘 모른다. 그들의 잘못이라면 열심히 일한 ‘죄’밖에는 없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보다는 ‘가족’을 위해서다. 그들은 또한 교회를 위해서도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했다. 한국교회의 성장은 이들의 헌신을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 현장에서 일밖에 모르며 외곬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어쩌면 지금쯤 성인 아이(adult child) 현상이 발견될 수도 있다. 엄마 품에 안겨 응석부리며 쉬고 싶은 아이처럼 중년층도 이제는 좀 안식을 누리고 싶을 것이다.
안식누릴수 있는 쉼터 필요
교회는 피난처이자 안식처이다. 주께서 말씀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베이비붐 세대에게 교회는 복음을 들고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전진기지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쉼터가 돼주어야 한다. 세상에서, 노동현장에서 힘들고 지쳐 있을 이들에게 교회는 위로자가 돼야 한다. 그들을 품에 안고 쓰다듬어주는 어머니 같은 교회가 돼야 한다. 그리고 균형 잡힌 신앙으로 교회를 섬길 수 있는 성숙된 신앙 정립도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추태화(안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