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국수가 먹고 싶다
입력 2011-12-08 17:27
이상국(1946∼ )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가 생각나는 날들이 있다. 입안에 까슬까슬한 가시 같은 게 돋친 날,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친 날. 남보다 커 보이려고 발끝 한 번 들지 않은 사람들이 오늘은 장터 국수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국수발을 후룩 후루룩 빤다. 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어느 곳에선가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 연말이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