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두 번째 지구

입력 2011-12-08 17:28

혹시 ‘테라포밍’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글자 그대로 지구(terra)+형성(forming), 곧 ‘지구화’를 말한다. 외계 행성이나 위성 등 천체의 환경, 즉 대기 및 기온, 지표 형태 또는 생태계를 지구와 흡사하게,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물이 거주할 수 있도록 개조한다는 뜻이다. 행성공학(planet engineering), 행성 생태합성(planet ecosynthesis), 행성 모델링(planet modeling)이라고도 한다.

가장 단순화시켜 설명한다면 일단 외계 행성의 극지를 녹여 액체상태의 물을 생성하고 치명적 자외선을 차단하는 등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기본 환경을 만든다. 그 다음에는 미생물을 이식해 좀더 복잡한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이어 조류와 식물을 이식해 산소를 포함한 대기를 만들어냄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서식을 가능케 한다는 개념이다. 인류가 언젠가는 지구라는 요람에서 벗어나 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선택지의 하나다.

하지만 거기에 드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은 물론 외계의 인위적 변형에 수반되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감안하면 다른 선택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연 그대로 인간이 이주해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지구’를 찾는 일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태양계 안에는 그런 천체가 없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태양계 밖에서 또 다른 지구를 찾는 시도를 해왔거니와 마침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와 흡사한 환경을 지닌 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케플러-22b.

모항성: 태양과 같은 G형. 위치: 모항성으로부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생명체 서식권(골디락스 영역). 크기: 지구 지름의 2.4배. 표면 온도: 섭씨 22도. 공전주기: 290일. 액체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 유(有). 지금까지 알려진 이 행성의 신상명세다.

이 정도면 언론들이 흥분해서 이름 붙였듯 ‘제2의 지구’ ‘외계 지구’ ‘쌍둥이 지구’ ‘지구 2.0’이라 할 만하다. 다만 문제는 행성의 구조가 지구처럼 암석인지 아니면 목성처럼 가스나 액체인지 알 수 없고,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무려 600광년이라는 점.

그런 만큼 현 상태에서 케플러-22b가 인류의 또 다른 거주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당연히 무리다. 다만 이 행성의 발견은 ‘지구 크기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 발견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음’을, 그리고 외계에도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천체가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