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 현주소] 선진국 장애인 복지정책은… 美, 격리보다 일상생활 가능하도록 지원
입력 2011-12-08 17:38
영국과 미국, 일본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장애인 탈시설화가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
영국은 1950년대 대규모 정신병원에서 벌어진 장애인 학대·방임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장애인 탈시설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영국 정부는 ‘시설로부터 지역사회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본격적인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및 탈시설화에 착수했다. 이 시기 영국에서는 대규모 수용시설이 점차 사라지고 10∼20명이 거주하는 호스텔과 그룹홈 시설이 증가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주거, 주간보호, 교육, 일자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가가 치료사업을, 지자체가 보호사업을 맡는 영국의 보건의료사업 분담 시스템은 장애인 탈시설화의 빠른 정착을 도왔다.
영국의 지적장애인 그룹홈인 ‘캠프힐’은 40년 설립돼 현재 북아일랜드와 잉글랜드 전역에 51개의 시설을 두고 있다. 가정집 10여채가 모여 있는 마을인 이곳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섞여 빵집, 상점, 수공예 등을 하며 살아간다.
미국은 80년대 급격하게 늘어난 장애인 수용시설 예산을 줄일 방법으로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시작했다. 80년대 초 14만여명에 달했던 300명 이상 대규모 수용시설 거주 지적장애인 수는 80년대 후반에는 6만여명으로 줄었다. 대신 소규모 지역사회 수용시설인 그룹홈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이 12만여명으로 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발달장애인 원조법을 제정,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법규화했다. 원조법은 “장애인을 그가 태어나 자란 지역사회와 격리시키지 말 것, 발달장애인이 동일 연령의 비장애인과 가능한 일상생활을 같이하게 할 것, 발달장애인은 자립적이면서도 창조적이므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주정부가 장애진단, 직업 상담, 재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지방정부는 주정부와 협력해 관내 장애인들이 교육, 고용, 교통 서비스, 보건의료서비스, 투표 등 일상생활을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이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도 그룹홈을 통한 장애인 탈시설화를 장려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그룹홈 설치를 승인하면 일본 내 1200여개의 복지사무소 및 전문상담기관은 장애인들이 장애 상담 및 검사를 거쳐 입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일본 정부는 그룹홈 1만개 설치를 목표로 장애인 탈시설화를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 탈시설화 운동가 김도현씨는 8일 “장애인 주거서비스를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민간 사회복지법인에 이를 떠넘기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장애인 탈시설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