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성공의 열쇠는 언어다] 이중언어 교육 왜 필요한가…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감 증대

입력 2011-12-08 17:19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어머니 또는 아버지 나라의 말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크게 2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는 정서적 측면이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부모는 자녀교육에 자신감을 잃게 되고,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들은 자존감이 약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다문화교육원 양민정 원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어머니와의 교감 부족, 어머니 나라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학교 생활에서 교우 관계나 학습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이중언어 교육은 어머니와의 정서적 유대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 확보, 어머니 나라에 대한 자긍심 고취 등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둘째는 인적자원 확보 차원이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엄마(또는 아빠) 나라의 말을 익힌다면 자연스럽게 2개 국어를 하게 된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재분 선임연구위원은 “다양한 언어문화 환경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매우 유용한 자산일 뿐만 아니라 장차 그들 부모의 모국과 우리 사회를 연결해 줄 수 있는 교량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와 학교, 가정에서 한국어 중심의 단일언어 교육을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완전한 한국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글로벌 시대에 쇄국정책을 실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 부모 출신국 언어교육을 정규교육 과정으로 채택해 공교육 제도 하에서 운영해야 하며, 이중언어 교육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언어 교육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방과후교실, 주말학교 등이 아닌 공교육에서 해야 하는 것은 수업시간, 교실, 교사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과 함께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건강한 정체성 개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말이 아닌 엄마(또는 아빠) 나라 말을 다른 친구들과 같이 배우게 됨으로써 그동안 부정하고 싶었던 ‘반쪽’을 품에 안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영어권을 제외한 다른 소수의 언어는 경시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소수언어를 차별하는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