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세대’ 아픔과 좌절] 막막한 등록금… 불안한 미래… 절망하는 20代
입력 2011-12-08 17:13
가난이 청춘을 범죄로 내몰고 있다. 학자금과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끝내 남의 돈에 손을 대 범죄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성매매나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때의 범죄는 향후 취업에 장애물이 돼 청년들을 좌절에 빠뜨린다.
지난 13일 수도권 한 전문대에 재학 중인 박모(22)씨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가방을 뺏은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학교를 착실히 다니던 박씨는 졸업을 앞둔 상태였다. 취업에 대한 불안감과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박씨는 새벽에 집에서 술을 마신 뒤 공원을 배회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박씨가 술이 깨고 조사를 받는 내내 자신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면서 “부모도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울면서 선처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미래가 불안한 청년들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9∼29세의 범죄는 2001년 4만1776건, 2002년 4만1941건으로 하향세를 보여 2006년 2만8040건까지 줄었다. 그러나 2007년(3만2465건)부터 오르기 시작해 2008년 4만5528건, 2009년 4만6854건, 지난해 4만966건을 기록했다.
최근 20대 범죄는 건수로는 10년전과 비슷하지만, 유형은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도로교통법위반, 폭행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절도, 사기, 횡령 등 경제범죄가 늘었다. 절도는 2001년 1108건이었으나 2008년 2097건, 2009년 3392건, 2010년 3897건으로 급증했다. 횡령은 지난해 332건으로 2010년(149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사기는 2001년 834건이었지만 지난해 1240건이었다.
조병인 형사정책연구원 정책개발연구실장은 “경제범죄는 불황 때 생활이 불안정하면 급증한다”면서 “직장을 구해도 불안정하고 아르바이트는 저임금인 상황에서 당장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자금 마련을 위해 성매매, 보이스피싱까지 가담한다. 지난 10월 명문 사립대 휴학생인 이모(26)씨가 가출한 여중생을 가두고 성매매를 시켜 돈을 벌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 7월에는 고액 일당을 벌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으로 활동한 대학생 6명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취직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은 대학생들이 일당 12만원까지 주는 ‘고액 알바’의 유혹에 빠졌다”면서 “처음에는 정말 ‘고액 알바’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냄새를 눈치챘어도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범죄를 인성 등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젊은이들이 생존하기 힘든 환경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런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갈구한 청년들이 전과로 인해 오히려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등 정착을 하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