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세대’ 꿈과 도전] 학력철폐·입시거부… ‘투명가방끈’ 세상에 반기들다
입력 2011-12-08 17:09
학력과 학벌을 거부하는 10대와 20대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학벌사회 철폐’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대학을 자퇴하고 입시를 거부하는 등 온몸으로 기성사회와 맞붙고 있다.
전국에서 69만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지난달 10일 ‘대학입시 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투명가방끈)’ 소속 93년생 13명이 서울 서린동 청계광장에 모였다. 수능 시험이 한창인 오전 11시에 이들은 “수능시험은 대학에서 배울 준비가 돼있는지를 묻는 시험이 아니라 수십만명을 줄 세우는 시험”이라며 “경쟁에 뛰어들어 남을 짓밟는 대신 스스로 거부자의 길을 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월 14일 “대학 서열화에 반대한다”며 서울대를 자퇴한 유윤종(23)씨도 이 모임에 참석했다.
수능시험이라는 공교육의 정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이들이 처음 모인 것은 지난 8월 초. 청소년·인권 운동을 하며 만난 18세 청소년 5명이 수능시험 석 달을 앞두고 의기투합했다. 이 모임을 이끄는 조만성(18)군은 25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 고민이 많았다”며 “치열한 경쟁이 있는 대학에 가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투명가방끈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아직 100일 정도밖에 안 된 새내기 단체지만 반응은 뜨겁다. ‘대학거부’를 외치며 대학을 자퇴하고 모임에 참여한 20대도 15명이나 된다. 카페 회원수는 500명이 넘었다. 후원의 손길도 늘었다. 두 달 남짓한 사이에 100명이 넘는 후원자가 400만원 가까운 돈을 보냈다.
그러나 세상의 눈길이 곱지 않다. 당장 부모의 반대를 넘기 쉽지 않다. 입시거부를 선언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상경한 한 학생은 오후 11시 집에서 온 부모의 “대학은 안 가도 좋으니 시험이라도 봐라”라는 사정에 돌아갔다. 지지자들도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 “세상을 아직 모른다” “대안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조군은 이러한 비판에 “대학에 들어가고 높은 위치에 서는 순간 그 자리에 안주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있는 위치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수능시험 이후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투명가방끈은 이달 초부터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 취업을 위한 공부가 아닌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민대학 세우기’가 첫 일이다.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정책요구’ 활동을 하는 한편 후보 학력기재 철폐운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