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세대’ 기성세대의 위로와 제언] 파란세대 20년후 키워드는… 공생·디지털 잉여·소통
입력 2011-12-08 17:23
‘파란(FARAN) 세대’가 기성세대가 될 20년 후 세상을 바꿀 핵심 키워드가 무엇인지를 석학들과 각계 전문가, 미래학자 등에게 물었다. 미래 사회의 모습이 지금보다 더 파편화되고 세분화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사회를 연결해주고 조화롭게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직 국회의원이자 소설가인 김홍신 건국대 석좌교수는 미래의 키워드로 ‘공생(共生)’을 꼽았다. 생태계든 사회든 함께 나누고 베푸는 문제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석좌교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합해진 ‘디지로그(digilog)’가 중요한 화두”라며 “향후 민족간 국가간 갈등이 첨예화될 때도 공생이란 키워드가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디지털 잉여’가 미래에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지목했다. 강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개인 간 소통방식이나 생활 속에 잉여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정치·사회 시스템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소통’을 미래의 화두로 제시했다. 김 원장은 “사람들 간의 신뢰와 협력, 경쟁 등이 결국 세상을 이끌어 가는데 이것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소통(communication)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시민사회, 세대와 세대 등 갈등의 당사자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둘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이미나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동감’을 미래 키워드로 꼽았다. 이 교수는 “향후 20년은 개별화·파편화 등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라며 “개인의 의견이 공동체로 수렴되기 보다는 개별화돼 드러날 것이고 단체들의 의견도 갈등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럴 경우 기존의 규범이나 원칙들이 재조정될 필요가 생기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공감이라는 얘기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행복’을 미래의 키워드로 선택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50년간 한국의 키워드는 ‘추격’이었지만 앞으로 50년 한국을 지배할 키워드는 ‘행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의 딜레마는 이제 추격을 멈추고 나만의 행복을 추구해도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라며 “어쩌면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한 세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은 ‘신뢰 자본(Trust Capital)’을 미래 키워드로 지목했다. 신뢰 자본은 사람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기 위해 필요한 무형의 사회적 자산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는 세대간 협력이다. 고령화 문제만 해도 세대 협력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신뢰자본이 있다면 세대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방향을 모색하고 찾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세대간 충돌과 갈등으로 엄청난 성장 지체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과 관련한 문제를 꼽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환경오염 문제’를 미래의 키워드로 골랐다. 손 석좌교수는 “인류의 생물학적인 생존이 위협받는 만큼 환경오염은 반드시 줄이거나 중지시켜야 하지만 아직 그 심각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의순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속가능성 혁명(Sustainability Revolution)’을 미래의 키워드로 꼽았다. 신 교수는 “우리는 기후와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지속가능성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한 근본적 변화가 요구되는데 이것이 지속가능성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기후변화’를 향후 미래의 화두로 지목했고 미래학자인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하드웨어와 기술의 영역, 콘텐츠와 서비스업의 영역에서의 ‘융·복합 현상’이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사회적인 변화를 지목한 이들도 있었다.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남북통일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석좌교수는 “통일은 단순히 민족의 재결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지정학(geopolitics)에 큰 변화를 유발하고 경제 발전을 가속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합리적 정치’를 미래의 키워드로 선택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는 어쩔 수 없이 ‘정치적 사회’”라며 “다원화·세계화의 과정,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 등도 결국 정치를 합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명대 석좌교수인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개인역량주의(Individuality)를 미래의 키워드로 꼽았다. 김 대표는 “한국은 그동안 산업시대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지금은 산업시대에서 감성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새로운 인재들이 개인역량주의를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사회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