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인터뷰] 헨리 R. 나우 “북한, 문 연다면 굶주림에 의한 개방일 듯”
입력 2011-12-08 15:01
헨리 R 나우 조지워싱턴대학 국제정치대학원 교수
한국과 미국은 2012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북한은 정권세습을 마무리하고 강성대국을 완료하는 해이기도 하다. 중국도 차기 지도부가 들어서며, 러시아의 대통령도 바뀔 예정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주요 관련국들의 정치 리더십 변화로 동북아 정세는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그 핵심 포스트는 한반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헨리 R. 나우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대학원 교수는 미·중이 내년에는 전반적으로 좀더 서로를 견제하며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28일 워싱턴 DC의 조지워싱턴대 사무실에서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2년 동북아 경제·안보 상황에 상당한 변화가 있는데, 미·중이 핵심 이익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가.
“우선 양국간 갈등을 빚고 있는 무역정책에서 충돌이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중국에 국제적 규율 준수를 요구할 것이며, 중국은 자기들의 시스템을 그만 저울질하라고 반발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 의회는 중국이 동의하기 힘든 법안을 추진할 것이고, 세계무역기구(WTO) 논쟁에 이어 양국간 또다른 긴장감이 조성될 수 있다.
중국은 핵항모 건조와 지대지 미사일 개발 등 미국 함대가 가까이 오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핵 파워를 어떻게 활용하여 평화적으로 아시아를 관리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미·중은 통합적이라기보다 서로 견제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제 미국도 중국의 부상에 맞서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군사적 입지를 확고히 하면서도 군사와 외교,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가져가야 할지를고민해야 한다. 특히 이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미·중 관계 진전이 이뤄지면 아시아 지역에서 합동으로 안보적 상황을 점검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할 때 미국이 철수를 한다면, 중국은 미국과 대화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내년에 중국의 국가 리더십이 교체된다. 어떤 정책 변화가 예상되나.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은 평화적 성장을 이뤄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여러 문제점이 돌출되고 있지만, 이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본다. 과거 중국은 정권 교체를 통해 조금이나마 부드러운 정책을 보였다. 지금보다는 부드러운 정책쪽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총체적 변화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오바마 행정부 2기는 어떤 분야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나.
“우선 전 세계를 책임지는 안보 체계를 다시 생각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미군의 장기적인 호주 주둔, 인도와의 전략적 관계 제고, 한국과 일본에서의 해군력 협조 제고 등이 아시아에서 보여지는 움직임들이다. 나는 이것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세계 군사력에 대한 재건축이라고 간주한다. 중국과의 무역 현안에는 강하게 나올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과 일본과의 무역 관계가 더 개선될 수도 있다. 특히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관계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만약 공화당 정부가 들어선다면 미국의 외교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공화당 정권은 군사력을 줄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아시아에서의 외교 현안이 지금보다 덜 강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해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일수록 아시아 안보 태세를 더욱 강조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중국 견제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 대중국 정책을 큰 틀에서 보면 오바마 행정부 2기일 경우 무역 현안에는 강하게, 안보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유연성을 보일 것이다. 공화당 정부는 역시 무역에 중점을 두지만 아시아 안보를 중국에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2012년에 세습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은.
“북한 비핵화에 계속 초점을 맞출 것이나,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미·중간 경제 현안 이견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복잡해진 것 같다. 북한 문제에 대한 미·중의 합의가 점차 힘들어지는 것이다. 6자회담 프로세스 자체만으로 미국은 뭔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 도발에는 분명한 견제를 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강한 비핵화 압박을 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한 주도의 남북통일과 현 상태의 한·미 동맹관계 유지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한 미국의 대북 외교 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향후 북·미 관계 전망은.
“올 하반기 미국과 북한의 두 차례 대화는 관계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긴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시도들을 통해 통로를 열어두려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재조정하려는 미 행정부의 프로그램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과의 관계를 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북·미 관계에) 별 의미는 없다고 본다. 현재로선 더 이상의 진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 세습 이후 북한의 변화 가능성은.
“지금까지 경험으로 봐서 변하기는 어렵다. 만약 북한이 개방한다면 굶주림에 의한 개방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동의해주면 경제적으로 다방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개성공단 사례는 북한 지도부가 무역에 대해 무조건 저항만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글로벌 무역 현상이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 현재 또는 차기 한국 정부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국이 북한에 한편으론 부드러우면서도 한편으론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긍정적이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이 커다란 존재이며, 또 미국 도움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강한 힘과 외교가 없으면 완벽한 통일을 이룰 수 없다. 강한 힘은 대체로 동맹으로부터 나온다. 최악의 경우 한국의 외교 정책이 동맹에 비관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북한이나 중국의 공격에 효과적 방어를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나우 교수는
헨리 R. 나우(58) 교수는 국제정치에서의 힘은 국가정체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국내 정치와 정책, 제도를 포함하는 국가정체성이 국제정치에서 힘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2001년에는 이런 관점으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강대국의 흥망’(1987년)에서 ‘미국과 유럽, 소련이 지고 중국과 일본이 떠오를 것’이라고 한 주장이 틀렸다고 비판했다.
극적 변화로 와해된 소련을 제외한다면,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고, 중국도 국내 문제로 아직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동북아 외교·경제 현안을 많이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한·미·일, 미·일 국회의원 교류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3개국 국회의원들을 묶어 공통 관심사와 외교 정책, 지역 현안 등을 토론하고, 연례 의원 교환 방문도 진행중이다. 모임에는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도 포함돼 있다.
그는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대학원인 엘리엇 스쿨의 부학장을 지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졸업하고, 존스홉킨스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럴드 포드 및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고위 참모로 일한 경력도 있다.
워싱턴=글·사진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