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학교 활로를 찾는다] 중국내 조선족학교 20년새 90%가 폐교
입력 2011-12-08 14:47
“력사(역사)의 하늬바람 속에서 종적도 없이 폐교된 우리 학교의 철같은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심사숙고하게 하고 있는가?”
지난달 한 조선족 네트워크에 올라온 글 한 편이 많은 이들이 가슴을 울렸다. 옌볜(延吉)의 교사인 글쓴이는 학생이 8명밖에 남지 않은 학교가 지난해 7월 통폐합되던 날을 그렸다. 그는 “옌볜에서 수많은 농촌 중소학교가 이미 폐교된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며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며 “하지만 폐교가 결정나자 어느 녀(여)교원은 울분과 설움으로 눈물을 훔치었고, 어떤 교원은 화를 참지 못했으며, 남성 교원들은 술집으로 줄달음쳤다”고 적었다.
이 같은 일은 2000년 들어 자주 있는 일이다. 중국 내 조선족학교는 20년 새 90%가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재외동포재단과 중국 동북조선민족교육과학연구소 등에 따르면 소학교의 경우 1992년 1304개에 이르렀으나, 2004년 247곳으로 급감했다. 지금은 학교 수가 100개 미만, 학생 수도 2만 5000명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교사나 학부모들의 입을 빌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지린(吉林)성 삼합현에는 소학교 7곳, 초중 2곳, 고중 1곳이 있었으나 지금은 삼합통합중 한 곳만 남아 있다. 유하현에 있던 26개의 학교는 초중과 고중이 함께 있는 유하조선족완전중학교로 통폐합됐다.
지안시에도 14개의 학교가 있었으나 문패를 달고 있는 곳은 한 곳밖에 없다. 옌지시에서도 고중부까지 이제 17개밖에 남지 않았다. 고등학교인 옌볜대학부속중은 현재 3학년이 내년 8월 졸업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코리안 드림 때문입니다.” 옌지에서 만난 조선족 기자는 딱 잘라 말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더불어 한·중 수교 이후 많은 조선족이 대이동해 시골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이를 하나씩만 낳는 사회 상황과 한족학교 선호 분위기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옌지=김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