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학교 활로를 찾는다] 동북3성外 유일한 학교, 청도정양학교… 교과목 절반 한국어로 수업

입력 2011-12-08 14:46


“안녕하세요?”

지난달 18일 중국 칭다오시 이창구에 있는 청도정양학교. 류춘희(55·여) 교장과 이 학교 복도를 걸어가자, 마주치는 학생들이 공손히 배꼽인사를 했다. 학생들의 얼굴은 밝고 웃음기가 가득했다. 복도 곳곳에는 한글로 쓴 붓글씨 액자가 걸려 있었다.

이 학교는 동북3성 바깥에 있는 유일한 조선족학교다. ‘청도이창구조선족소학교’라는 이름의 비영리 민반(民辦-사립)학교로 2000년 8월 설립됐다. ‘바른 교육 밝은 교육’을 교육 이념으로 내세우고 조선족 자녀들을 가르치고 있다. 2년 전 ‘정양’으로 교명을 바꾸었다.

이 학교는 한겨레 사회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설립해 민족교육을 하고 있다는 선구자적 자부심이 대단하다.

첫해엔 학생이 12명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치원 300명, 소학교 300명(10개반)으로 늘었다. 학생의 98%가 조선족이고, 10여명은 한족이다.

8개 교과목 중 조선어문을 비롯해 사상품성(도덕), 음악, 미술 등 4개 교과는 조선말(한국어)로 가르친다. 교직원 63명 가운데 류교장을 비롯해 60% 이상이 조선족이다.

“차량 17대를 이용해 학생들의 등하교를 돕습니다. 40명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지요.”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조영화(27)씨는 “지난해까지 유치원 학생들을 돌보다 올해 업무를 바꾸었다”며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기쁘고 즐겁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우리말 경색(경연)대회와 합창대회를 자주 연다. 각 교실에는 한글로 우리 풍습을 알리는 학습판이 가득했다.

앞서 17일 오전 방문 때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20여분간 체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체조가 끝나고 바로 체육시간이 된 5∼6학년들은 그 자리에서 단체 줄넘기와 콩주머니 던지기, 달리기 등을 하며 즐거워했다. 학교 측은 마침 같은 날 찾아온 청도과학기술대 조선족 교수와 조선족신문사 사장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학교의 상징성과 새 교사(校舍) 이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 학교는 내년 8월 청양구 석복진으로 이사한다. 지금 부지는 임대해 쓰는 형편인데 일대가 재개발에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옮기게 됐다. 다행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6만2000㎡의 새 터전을 확보했다.

이곳에 유치원과 소학부는 물론 중·고등부 건물과 기숙사, 식당, 체육관 등을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교실 신축에 이어 내부 시설, 교재 구입비 확보 등에 어려움이 크다. 새 교정으로 옮기면 바로 초중부(중학부) 학생 모집에 들어갈 계획이다. 나아가 몇년 새 고중부(고등부)도 신설해 유치원부터 고등생까지 모두 2000명에 이르는 대단위 학교로 성장시킬 포부에 차 있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청도의 제1을 넘어 중국 내 최고 학교로 키우겠습니다.”

조선족기업가로 학교를 후원하는 최연옥 사장은 “조선족학교가 존재한다는 의미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대도시에서 차세대 민족 정체성 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전화 (86-532-8766-3966)

칭다오=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